#2.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인 B씨(53‧여)는 남양주에서 노인재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의 업무는 관리가 필요한 노인들에 대한 안부 확인과 기초적인 생활 지원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이 때때로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B씨는 "방문할 때마다 간단한 청소 정도는 해드렸지만, 이불 빨래나 대청소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한 번은 자식들 줄 반찬을 만들라고 장을 봐오라고 하질 않나, 파출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두루뭉술 '지침'…부당·과다 업무에 짓눌린 '공공 돌봄'
1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민간 돌봄사업을 공공에서 분담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도입된 사회서비스원은 기존 4곳에서 11개 시·도로 확대돼 소속 돌봄 노동자도 25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돌봄 노동자들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 법안인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처음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가, 21대 국회에 와서 지난달 겨우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일선 돌봄 현장에서 돌봄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 구체적이지 않은 업무지침은 이들에게 아무거나 시켜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주된 업무인 '일상생활지원' 지침에는 외출동행, 식사관리, 청소관리로 명시됐지만, 범위가 세분화되지 않은 데다 이마저도 돌봄 노동자와 대상자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파견된 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 재가 노인 가정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요구를 받더라도 거부할 근거를 대기가 힘들 때가 많다.
B씨는 "90분 정도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마치 파출부처럼 부리는 통에 몇 시간씩 숨이 막힐 정도"라며 "업무지침도 포괄적이라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할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정규직의 굴레…"업무 매뉴얼 구체화, 처우 개선"
A씨는 "보통 일과시간이 끝나고 장애인 생활기록을 작성하다 보면 한 시간 이상 퇴근이 늦어지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처우 또한 열악하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교통비나 식대, 통신비 등 경비 지원도 안 된다. 하루 8시간을 훌쩍 넘겨 근무하고도 급여는 190만원 정도. 서울시생활임금(월 192.5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회서비스원은 예산 부족으로 직접고용을 꺼리고 있다. 1년 단위로 사업을 위탁받는 구조 때문에 기간제를 선호한다는 것.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구체적인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 돌봄 현장에서의 부당 대우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데다 비정규직 비율만 높아지면 근무 환경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돌봄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노동자들에게 상황별 세밀한 업무 매뉴얼을 제시하고 돌봄 환경에 맞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돌봄 수요는 복잡 다양하게 늘어나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업무지침으로 결국 노동자들만 혼란을 겪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업무매뉴얼을 구체화해 관련 법 시행령에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며 "설립 주체인 지자체에서도 통합돌봄의 정책사업 우선순위를 높여 적극 지원해야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