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규제 추진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향후 전셋값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신뢰도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린 결단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주택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이 폐기된 뒤 전세시장에는 관련 매물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집주인은 정부 발표 이튿날 34평형 아파트를 임대 매물로 부동산에 내놓았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인 이 집주인은 기존 전세 계약이 끝나자 입주권을 위해 직접 아파트에 들어와 살기로 했다가 실거주 규제 추진이 철회되면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인근 공인중개소 측은 "집주인이 직접 거주를 위해 내부 수리를 하다 규제 변화로 다시 매물을 내놓은 사례"며 "비슷한 이유에서 다시 매물을 내놓으려는 연락이 더러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백지화는 투기 수요 차단 보다는 집주인의 입주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그동안 숱하게 주요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주택시장 수요를 누르는 중요 규제가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집주인 실거주에 쫓겨나는 세입자'나 '실거주하려다 다시 세를 주고 나오는 집주인' 사례 등 시장 혼란만 가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남대 부동산학과 김용민 교수는 "부동산정책이란 게 애초에 함부로 규제하는 것도, 규제를 '조변석개' 식으로 함부로 없애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 백지화 방침에 대해 "전세시장에 장래 '우려'를 다소간 감소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벌어진 이제까지의 혼란이나 계속되는 전세난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추진 백지화로 일부 매물 출현이 있더라도, 겹겹이 쌓인 규제 탓에 전세시장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임대차법 국회 통과 이후 장기화해온 전세가격 상승 등 추세를 바꿀 만한 정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부동산중개서비스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주택 전세가격 전망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1669명) 중 57.0%가 '상승'을 예견했다.
지난해 말 시점에서 올해 주택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결과(65.5%)보다는 비율상 낮아졌지만, 여전히 과반이 상승을 전망하는 것이다.
직방 빅데이터랩실 함영진 랩장은 "임대차3법 이후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지난해 연말만큼은 아니지만, 저금리에 따른 월세 전환이나 보유세 부담 전가, 전세 매물 역할을 할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문제 등에 따라 올해 역시 응답자 과반이 하반기 상승세를 예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화 추진이 철회된 것은 정비사업이 밀집한 서울 임대차시장의 불안을 우려한 결정일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