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뇌혈관 '과로질환' 외면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연합뉴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시행령에 뇌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등 주요 직업성 질환이 빠져있어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40일 동안 총 3개 장, 16개 조문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 된다.

가장 논란이 됐던 직업성 질병의 범위는 △급성으로 발생한 질병이면서 △인과관계가 명확해 산업재해 여부를 가르기 쉽고 △사업주 등이 예방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제한됐다.

중대재해법에서는 산업재해 가운데 노동자가 1명 이상 숨지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2명 이상 입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사례를 '중대산업재해'로 놓고 처벌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부가 구상하던 시행령 초안을 놓고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 대해 '급성중독 위주로만 한정돼 지나치게 좁다'고 반발해왔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시행령에서 다루는 직업성 질병에는 사업장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각종 근골격계 질환이나 과로에 의해 발생하는 뇌심혈관계 질환은 모두 빠져있고, 난청, 진폐증과 같은 대표적인 산업재해로 인한 질환들도 거론되지 않았다.

또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삼성전자 직업성 암 집단 발병과 같은 산업재해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사망자가 없으면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영책임자 및 사업주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노동부는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고 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운용되도록 규정하겠다"며 세부 기준을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따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전보건 인력의 경우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련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기로 했다.

특히 노동계가 요구했던 2인 1조 준수, 위험 작업 현장에 신호수 등 작업유도자 배치와 같은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빠져있어, 사업주 등이 단순히 안전보건인력을 확보하기만 하면 산재 발생의 책임을 피해갈 가능성이 열려있다.

또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로 배치됐는가'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안전보건 예산 역시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른 점을 감안해 '적정한 예산을 편성할 의무'로만 규정됐다.

한편 노동자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해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도 정해졌다.

실내주차장이나 업무시설 중 오피스텔·주상복합, 전통시장은 제외한 실내공기질 관리법의 다중이용시설(가목) 시설군, 수문ㆍ배수펌프장 등을 제외한 시설물안전법의 시설(나목) 중 1·2종 시설물, 화재 위험이 큰 다중이용업소법의 영업장(다목)이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됐다.

또 가목~다목에 준하는 시설(라목)로 △바닥면적 2천㎡ 이상 주유소·가스충전소 △종합유원시설업(놀이공원 등) △준공 후 10년이 넘은 도로교량·철도교량 및 도로터널·철도터널이 규정됐다.

이 역시 도로와 건설·철거 현장처럼 대형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들이 빠져있어 노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법인·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이 이수해야 하는 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으면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최대 1500만원,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나누어 정했다.

제정안의 더 구체적인 내용은 법무부 홈페이지(www.moj.go.kr) 또는 통합입법예고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