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에 천명한 '엄정 대응' 방침에 따라 즉각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꾸려 집회 관련수사에 착수한 정부를 비판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1만 명 규모의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당일 경찰이 '차벽' 등으로 집결 차단에 나서자, 종로3가로 장소를 옮겨 기습적으로 집회를 단행했다.
민주노총 전종덕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은 7·3 노동자대회를 위해 여유 있는 공간을 요구하면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당국의 집회 차단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종로3가로 (장소를) 변경해 8천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집회보장 요청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원천 봉쇄하며 주요도심에 차벽 설치, 검문·검색 등 독재시대에나 볼 수 있는 탄압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에버랜드가 진행한 물총축제, 같은 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봉길 의사 기념관 현장 등의 사진을 직접 제시하며 방역당국의 일관성 없는 기준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불가능한 대중교통의 출퇴근 풍경도 거론하며 정부가 집회·시위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애초 여의도에서 평화롭게 집회하고, (인원을) 한정적으로 했었다 한다면 특수본까지 꾸려 엄정대응한다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평화적으로 끝났을 것이다. (요즘) 주말에 여의도에 가보면 사람도 별로 없고 방역수칙도 철저히 지킨다 말씀드렸다"며 "집회를 원천 봉쇄해 종로3가에 갈 수밖에 없게 한 건 어떻게 보면 의도된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내리는 곳인 신도림역은 출퇴근 인원만 몇 만이 모일 거다. 그런데 2m 간격을 유지하나"라며 "김포 경전철 역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환승한다고 하는데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람들에게 2m 유지 수칙을 지키라 하면 수도권 주민들이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앞서 집회를 열기 전 미열 등 의심 증상이 있는 조합원들은 지역본부 차원에서 참가를 철저히 막았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헌법에 나와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어떠한 가치로도 막을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겠다. 금속노조는 이달에도 파업이 예정돼있다. 8~9월에도 어찌 보면 민주노총보다 더 많은 인원을 한곳에 모을 수도 있다"며 "정부가 더 이상 여론몰이 식 공안탄압으로 노동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특수본을 구성해 수사해야 할 것은 중대재해를 일삼는 대기업들과 여전히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있는 공공조직의 비정규직 문제다. 정부의 행정력과 공권력이 어디를 향해야 하겠나"라며 "민주노총은 수차례 평화적·안정적인 집회를 요구해왔다. (코로나) 1년 반이 넘어서고 있는 지금 민주노총 집회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사례는 단 한 차례도 확인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여의도 택배노조 집회 당시 4천 명이 모여 2명이 확진됐는데 오늘 그 2명도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며 "우리는 대규모 집회나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방역을 철저히 진행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얘기해왔다"고 부연했다.
집회 전날, 민주노총을 직접 찾았다 면담 거부로 인해 발걸음을 돌린 김부겸 국무총리와 통화한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양 위원장은 "(통화 당시) 김 총리는 집회 장소를 변경할 것과 행진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안정적으로 공간을 보장한다면 여의도를 (집회장소로) 고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며 "그 2시간 후 총리는 엄정대응(방침)을 밝혔다. 우리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방역 허점을 민주노총에 뒤집어씌우려는 행태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부가 이 사회를 코로나 계엄령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도 여전히 대화할 의사는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 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하고 함께 대책을 만들고 싶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노동자 탄압'과 '민주노총 마녀사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 폭행 혐의를 받은) 현행범 1명은 조사 후 지난 4일 석방했다. 많은 국민이 수도권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집회가 기습적으로 진행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관할서는 종로경찰서지만, 종합적으로 서울경찰청에서 직접 수사를 지휘해 최대한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 속 불법집회와 관련해 경찰이 특수본을 꾸린 것은 지난해 보수단체들의 8.15 광복절 집회 이후 두 번째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