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9일) 뮤지컬계 매출은 906억원이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 상반기(851억원), 하반기(582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좌석 두 칸 띄어앉기' 적용으로 급감했던 뮤지컬계 매출은 지난 2월부터 공연장 내 방역지침이 '동반자 외 띄어앉기'로 완화하면서 조금씩 회복된 모양새다. 2020년 12월 36억원, 2021년 1월 26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월 137억원으로 급증했고 3월 163억원, 4월 173억원, 5월 212억원, 6월 196억원으로 완만한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뮤지컬계 매출 회복을 이끈 흥행작으로는 '위키드' '맨오브라만차' '시카고'를 꼽을 수 있다.
위키드는 서울(2월 16일~5월 2일·96회)과 부산(5월 20일~6월 27일·48회)에서 총 144회 공연했다. 서울 공연은 사실상 매진에 가까웠고 부산 공연도 매진된 회차가 많았다. 지난 2월 개막한 후 4개월여간 관객을 만난 맨오브라만차는 객석점유율이 95%에 달했으며 60회차 이상이 매진됐다. 시카고(4월 2일~7월 18일)는 전체 133회차(프리뷰 포함) 중 70회차가 매진됐고 객석점유율 97%를 기록했다. 흥행에 성공한 2018년 시즌 객석점유율(94%)을 상회한다.
이들 작품은 매 시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뮤지컬이자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 없는 킬러 콘텐츠이지만 2021 시즌은 유독 흥행 돌풍이 거셌다.
위키드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티켓 예매 열기와 매진 속도, 관객 반응 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했다. 시카고의 경우, 서울 공연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역대 시즌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단체관람이 어려운 대신 개인관람이 꾸준히 이어진 덕분이다.
가장 먼저 '공연장은 안전하다'는 학습효과를 들 수 있다. 맨오브라만차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공연장에서 추가 확진 사례가 전무한 점과 공연장 내 마스크 착용·문진표 작성·함성 자제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관람 문화가 형성된 점이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고 짚었다.
또한 팬데믹 장기화로 억눌려 있던 MZ세대의 문화소비 욕구가 백신 접종 추이, 보복 소비 심리 등 외적인 환경과 맞물려 뮤지컬 소비로 확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춘수 대표는 "올해 상반기 흥행작의 경우 20대 관람객 비율이 이전보다 월등하게 높아졌다"며 "해외여행과 외식 등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았던 20대가 신규 관객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공연장은 전체 객석의 60~70%만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람객 사이에서 '티켓을 빨리 예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뮤지컬 관람 열기가 달아오른 이유 중 하나다.
지난 5월 20일 개막한 후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한 '드라큘라'를 비롯 신작 '비틀쥬스' '하데스타운', 검증받은 흥행대작 '헤드윅' '엑스칼리버' 등이 줄줄이 개막하기 때문에 뮤지컬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신동원 대표는 "코로나 추이 등 외적변수가 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고 했다. 시카고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시카고뿐만 아니라 현재 매진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작품은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체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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