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십억대 빚지고 상가 투자한 사실 알고도 임명, 국민 정서 간과
김 비서관이 지난 27일 직을 내려놓은 것은 사실상 경질로 해석된다. 전날까지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적극 해명했던 김 비서관은 바로 다음 날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다. 25일 전자관보에 재산이 공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거취가 정리된 것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내로남불'의 비판에 시달리던 정부여당이, 다른 직도 아닌 공직자의 비위를 감시하는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논란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와대가 김 전 비서관이 수십억대 빚을 지고 상가에 투자했다는 것을 미리 알고도 임명했다는 점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였던 김 전 비서관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다. 신고가만 65억 4800만 원에 달하는 마곡동 상가를 사기 위해 높은 소득과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에 56억 2천만 원이라는 빚을 졌다. 일반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대출 규모다.
검증 과정에서 미리 재산 신고를 받는 청와대는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검증 시에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방식을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임명을 취소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는 것.
김 전 비서관의 재산이 관보에 공개되자마자 '영끌 투자' 논란이 커졌다. 불법 투기는 없었다는 본인의 해명에도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비서관이면 누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만천하에 재산 내역이 공개되는데도, 청와대가 파장을 미리 예견하지 못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용구 전 차관 건 등 부실한 검증 반복돼…인사라인 책임론 제기될 듯
청와대의 안일한 판단과 부실한 인사 검증은 '고질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 폭행 사건으로 뒤늦게 퇴진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까지도 폭행 사건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지만, 청와대는 사전 모니터링에 실패하고 차관 임명을 단행했다.
게다가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설화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정권에 악재가 돼 왔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2019년 재직 시절에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건물을 매입해 불명예 퇴진했으며,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에 강남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올해 초에 직을 내려놨다.
청와대도 지적을 일부 수용하며 자세를 낮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언론에서 추가로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불완전한 청와대의 시스템이 거기까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비교적 빠른 조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인사 라인의 책임론과 제도 개선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