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은 "헌법기관장이 직무를 마치자마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최강욱 의원의 질의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선출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언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선언이었고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권주자 중에 가장 앞서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오는 27일 대권 도전을 선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이달 말쯤 자서전을 내고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재형, 윤석열, 김동연 세 사람의 코드는 현재 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현 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미지를 정치화하는데 성공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조직과 검사들을 자신의 정치적 가도에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검사로 기억될 것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25차례나 실패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발점이지만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등 현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기회 있을 때마다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정당 활동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권에 직행하는 경로로 공직의 정치화를 초래했다. 이들은 직업 공무원 출신이지만 어느 직업 정치인보다 화려한 대중적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속 쓰릴 일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현재 권력의 고위 관료가 이렇게 많이 현재 권력을 비판하며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된 적이 없다.
이게 다 현 정권의 무능과 부덕 탓이다. 속았다거나 속 쓰릴 일이 아니라 자기성찰부터 할 일이다. 내로남불과 선택적 정의로 공정을 파괴함으로써 촛불정부 탄생의 주역들을 떠나게 한 자업자득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김영삼 대통령이 감사원장과 총리를 시켜줬지만, 김영삼 정부에 맞서면서 정통 야당의 대권후보를 두 번이나 지낸 끝에 모두 실패했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쿠데타 정권을 제외하고 모든 대통령은 직업 정치인 출신이었다.
순수 공직자 출신은 없다. 최소한 정치권에서 학습 기간을 거친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저항은 가치 있지만 어떤 자물통이나 열어주는 만능열쇠는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