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감염 위험이 큰 채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매일이 불안하다. A씨는 "국책과제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4대 보험 혜택을 받지만, 저 같은 사람은 적용이 힘들다"며 "모든 연구가 국책과제로 진행되기는 힘들고, 제약사에서 의뢰하는 위탁 연구도 많다. 팀에도 4대 보험이 되는 팀원이 반, 안되는 팀원이 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각지대에 놓여진 직업군이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B(27)씨는 피아노 방문 레슨업체에서 11개월 동안 일했다. B씨는 본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했다. B씨는 "학생들은 가르치거나 주어진 업무는 다 했고, 시정 요구가 있으면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원하는 시기에 '퇴직'을 할 수 없었다.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B씨는 "계약기간이 2년인데 중간에 사정이 생겨 퇴사를 해야 했다. 퇴직의사를 미리 밝혔지만, 후임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퇴사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고용노동부에 전화했더니 근로계약서를 썼으면 퇴직의사를 밝히고 한 달 뒤에 퇴직해도 되지만, 저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애매하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B씨는 직접 후임자를 구한 뒤에야 회사를 퇴직할 수 있었다.
C씨는 "모델하우스 같은 경우 분양 승인이 나야 정상적으로 분양계약서를 발행할 수 있다. 이제 승인이 났고, 본격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일로) 억울하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억울해했다. 결국 C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넣었다. 업무일지 등 증빙서류가 없는 동료들은 구제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기는 커녕,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 종속돼 일하지만 사업소득자 등으로 계약을 체결한 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4대 보험 가입 의무에서 제외되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임금이 체불되거나 해고 통보를 받아도 취약할 수밖에 없고, 문제가 생겨도 공적기관에 구제를 신청하기도 쉽지 않다.
단체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노동자 △도급·위탁 등 비근로계약 형식으로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노동자 △전문적 노무관리로 노동자성을 은폐당한 노동자 등으로 유형을 나눠 사례를 취합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 하은성 정책실장은 "대법원 판례와는 다르게 4대보험이 되는 근로자일지, 원천징수 3.3%를 납부하는 사업자가 될지는 사업주가 세금신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 과정에서 근로형태나 실질 노무제공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표준근로계약서를 쓴 다음 3.3%를 떼겠다고 하는 사례도 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리는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며 "이 노동자가 정말 '프리랜서'인지, '개인사업자'인지 입증하는 책임을 사업주가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리찾기유니온은 이같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16일 오전 11시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운동 발표회를 개최한다.
단체는 "직업의 종류, 계약의 형식, 사업장 규모로 차별당하며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근로기준법이 차별하고 배제한 사람들과 함께 입법대안을 발표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