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현실화되나…靑오찬 후 '기대감' 커졌다

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들과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총수들의 사면 건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 부회장의 사면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일 있었던 청와대 오찬과 관련,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얘기가 나올 지 여부였다.

물론 이날 오찬의 성격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4대 그룹이 적극적인 미국 투자 계획 발표 등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청와대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면 얘기를 불쑥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최근 정부 주도로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 내는 가운데, 대통령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자리도 되는 셈이어서 사면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에서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안일환 경제수석, 최태원 SK그룹 회장,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구광모 LG 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오찬 공식석상에서는 사면 얘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공개 회동에서 사면 얘기가 등장했고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비공개 회동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꺼내들었다. 앞서 경제 5단체는 지난 4월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 부회장의 경제현장 복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는 형태가 됐다.

특히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재계는 사면 관련 문 대통령의 발언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초에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시기상조론'으로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 의견을 많이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해 '기류 변화'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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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지난 발언과의 온도차는 분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사면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의 권한이어서 결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기류변화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바라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서 가석방 얘기도 나오는만큼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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