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의 사면 건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 부회장의 사면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일 있었던 청와대 오찬과 관련,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얘기가 나올 지 여부였다.
물론 이날 오찬의 성격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4대 그룹이 적극적인 미국 투자 계획 발표 등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청와대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면 얘기를 불쑥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최근 정부 주도로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 내는 가운데, 대통령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자리도 되는 셈이어서 사면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비공개 회동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꺼내들었다. 앞서 경제 5단체는 지난 4월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 부회장의 경제현장 복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는 형태가 됐다.
특히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재계는 사면 관련 문 대통령의 발언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초에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시기상조론'으로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 의견을 많이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해 '기류 변화'를 느끼게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사면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의 권한이어서 결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기류변화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바라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서 가석방 얘기도 나오는만큼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