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광주환경운동연합, 전남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등은 12일 오전 광주시 서구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가해 기업이 손 놓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자 찾기와 진상규명을 광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앞장서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아직도 가습기 본인들의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날 광주전남 환경단체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는 341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 90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신고자 가운데 구제 인정자 183명(사망자 51명)에 불과했다.
이들 단체는 "광주전남지역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57만 4191명으로 이들 중 직간접적인 피해를 호소한 건강피해자는 6만 1161명이다"며 "광주·전남지역 건강피해자 가운데 신고율은 0.5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옥시와 애경, LG, 롯데, 홈플러스, 이마트 등 100여 개 기업은 앞다퉈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지만, 그 어느 기업도 판매 사전과 판매 중에 제품 안전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이 끝났다고 발언하는 등 현재 환경부는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 찾기와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 방지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광주 출신 김성환(46)씨는 "옥시 제품을 사용하면서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며 "이로 인해 이혼까지 하게 되고 끝내 폐 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가습기살균제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고 밝혔다.
김태종(67)씨도 "이마트 자체상표 상품인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10년 동안 중증 폐 질환을 앓던 아내가 결국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며 "숨 못 쉬는 고통만큼 힘든 것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지난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대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진상규명과 피해자 구제는 물론, 재발 방지대책 마련까지 정부가 종합적이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