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때리고 업소서 행패…제주 주취폭력 '기승'

"제주 고위험음주율 높아…술 관대한 분위기 문제"
"알코올중독자 치료 지원 미비" 행정 관심 가져야
경찰 "불구속 처리 관행서 벗어나 엄정 수사" 방침

만취한 50대 남성이 제주시 한 파출소에 소란을 피우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술 조절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운전자 폭행 사건' 결심 공판에서 재판장이 피고인 문모(50)씨에게 한 말이다.


문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제주시 모처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를 폭행하는가하면 경찰서 유치장에 가서도 변기를 파손한 혐의다. 문씨는 법정에서 "만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 깊이 반성한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제주에서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주취폭력 전담수사팀이 있는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역 내 주취폭력 사범은 2019년 378명(26명 구속), 지난해 533명(32명 구속), 올해 4월 현재까지 170명(23명 구속)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주취폭력 특성상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해 주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제주시 한 호텔에서 50대 남성 A씨가 만취 상태로 욕설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등 2시간 동안 업무를 방해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제주시 한 주민센터에 찾아가서도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상습적으로 주취폭력을 저지른 A씨는 결국 경찰에 구속됐다.

또 다른 50대 남성 B씨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 편의점과 식당 등지에서 수차례 음주 상태로 욕설을 하고 집기를 파손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도가 고위험 음주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제주도가 관광지이고, 술에 대한 너그러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등 '강력범죄' 사범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부서에서 수사한 강력범죄 피의자 2453명 중 31%(779명)가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다.

제주동부경찰서 오충익 서장이 27일 경찰서 회의실에서 주취폭력 종합 치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고상현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은 음주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범죄취약시간대 주취폭력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제주시 동문로터리와 일도지구, 제주시청 일대를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한다. 또 주취폭력 가‧피해자에게 관련 기관과 연계한 알코올중독 상담도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수사도 강화한다. 단일 사건만으로 불구속 처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수사로 여죄까지 철저히 규명해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경찰은 행정 당국의 관심도 촉구했다. 현재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지원이나 시설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동부서에 따르면 지역내 알코올중독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81명인데, 예산 문제 등으로 24명만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제주동부경찰서 오충익 서장은 "경찰 수사와 예방 활동만으로 주취폭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치료 지원 등 사회적 접근이 절실하다. 오는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만큼, 주취 폭력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주요 시책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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