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소선 여사 등 5명 직권 재심청구…"헌정질서 수호 행위"

"헌정질서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판단

서울북부지검. 연합뉴스
검찰이 1980년 전후 계엄포고위반·계엄법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민주화 운동가 故(고) 이소선 여사를 포함한 5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서인선 부장검사)는 1980년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 여사 등 4건 5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22일 밝혔다.

故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이 여사는 전 열사의 분신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린 인물이다. 41여 년에 걸쳐 노동운동가 겸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하다 지난 2011년 9월 별세했다.

이 여사는 계엄 당국의 허가 없이 지난 1980년 5월 4일 시국 성토 농성에 참여해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 등에 대한 연설을 진행하고, 같은 달 9일 '노동3권을 보장하라, 민정을 이양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집회를 열어 계엄보통군법회의에 회부됐다.

이 여사는 당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계엄보통군법회의 관할관은 이 여사의 형 집행을 면제하기로 했지만, 검찰은 이 여사의 유죄 선고가 남아있는 만큼 직권 재심청구를 결정했다.


검찰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후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헌정질서파괴 범죄에 해당하며, 이같은 헌정질서파괴 범죄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전태일 열사 장례식에서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아들의 영정을 껴안은 채 울부짖는 모습. 전태일재단 홈페이지 캡처
이 여사의 유족 역시 적극적으로 재심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검찰은 숙명여대 재학 중이던 1980년 6월 사전검열을 받지 않은 채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불법 출판했다는 이유로 선고유예를 받은 故 김모씨에 대해서도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김씨는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기록만 있을 뿐, 전산상 주민조회 등 자료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성명 및 주소지 조회, 모교에 대한 사실조회로도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았던 양모씨를 통해 김씨에 대한 정보를 일부 파악했다. 양씨는 같은 해 11월 '한민족 갱생을 위하여'라는 불법 유인물을 출판하고 유포한 혐의로 김씨와 같이 재판을 받았다. 당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양씨는 김씨 보다 한달 빠른 지난달 12일 직권 재심이 청구된 상태였다.

양씨는 "김씨에 대해 사실 판결문 기재 내용 이상으로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한 친구"라며 "1986년경 사망했지만, 꼭 그 친구의 명예를 회복 시켜 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재차 관할 주민센터에 사망자 관련 자료를 확인할 방법을 문의했다. 이후 주무관의 도움을 받아 수기로 작성된 김씨의 개인별 주민등록표를 확보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김씨의 오빠는 "우리 가족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생을 가슴에 묻은 채 서로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지내왔다. 잊지 않고 챙겨주어 고맙다"며 재심청구에 동의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달 이모씨와 조모씨에 대해서도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이씨는 1980년 6월 불온 유인물 '학생에게 드리는 글'을 사전 검열 없이 출판했다는 이유로 계엄보통군법회의에 회부됐다. 징역 장기 8월에 단기 6월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1980년 5월 선모씨 등과 공모해 정부를 비방하는 시위를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부임한 이후인 지난 2017년 8월부터 과거사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직접 재심 청구에 나섰고, 2년 뒤인 2019년 6월까지 487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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