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30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2020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발표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년에 걸쳐 문헌연구, 국내 입국한 북한 이탈주민 중 군에 복무했던 30명에 대한 심층면접 등을 통해 이뤄졌다.
책임연구자인 이기찬 사회연구학 독립연구자는 "심층인터뷰 과정에서 소위 '풍문으로 들었다'거나 이런 건 다 배제하고 본인이 직접 보고 듣고 목격한 것, 본인의 인지능력이나 생활단위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사례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 성별은 남성 23명·여성 7명으로 30~40대(66.7%)가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66.3%·19명)은 복무기간(남군 10년·여군 7년)을 꽉 채운 만기제대자다. 11년 이상 장기복무를 한 이들도 10%(3명) 포함됐다.
조사 결과, 북한 군대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생명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공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안전사고(교통사고·익사·감전사·연탄가스질식 등) 11명 △훈련 중 사고(탱크·군용차량 전복·군함 침몰·추락·동사 등) 8명 △구타·가혹행위·싸움 관련 8명 △총기 사고 6명 △허약·영양실조 관련 3명 등의 순이었다.
최악의 인권침해로 지목돼온 공개처형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는 이들도 26.7%(8명)나 됐다. 피면접자들은 '군기강, 사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군대에서 군인을 공개처형하는 일은 과거 민간에서 있었던 일과 비교해서도 드물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자는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확인되지만 여전히 공개처형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당이나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범죄가 있을 때는 기강을 잡기 위해 군에서도 그런 공개처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윤일병 사건'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던 구타와 가혹행위는 북한 병사들에게 일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면접자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96.7%·29명)이 구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8할(24명)은 부대 안에서 구타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대답했다.
이밖에 부대 막사 주변이나 훈련장에서 높은 고지를 뛰어서 오르내리는 '고지뛰기', 마다라스(매트리스) 메고 고지뛰기, 연병장을 열병식하듯 다리를 직각으로 곧게 올려차며 계속해서 도는 '사각돌기'(사각뛰기) 등 가혹행위도 다반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군의 사법제도도 유명무실했다. 이 연구자는 "북한 군에도 군 재판소와 군 검찰이 존재하지만 보위국이 절대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군 검찰과 재판소가 동원될 때도 있지만 매우 형식적이다. 공개처형 당시 증언 등을 보면 역할극하듯 준비된 원고를 읽고 형을 선고하며 집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소 충분한 식사는 물론 휴가 등 자유시간도 꿈꾸기 어려웠다. 주식으로는 주로 입쌀(백미)과 강냉이(옥수수)가 제공됐고, 식량난일 때는 옥수수만 배급되거나 통밀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곁들일 부식은 '무'가 유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연구자는 "현지에선 군 복무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 돌려서 묻는 질문으로 '염장무 좀 먹어봤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월급은 담배 한 갑 정도의 금액으로 군관(장교)들의 급여도 장마당에서 쌀 1kg를 살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월급을 분대나 소대 단위로 모아 공용으로 물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면접자의 중 절대다수(96.7%)는 정기휴가 경험이 없었고, 특별휴가 역시 한 사람도 다녀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대에 물품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보내주는 '물자휴가'는 2명만이 해당됐고, 표창·간부휴가도 비슷한 수준(10%·3명)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자는 "북한군의 인권실태 개선을 위한 출발선을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넬슨 만델라 규칙)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병사들은 피구금자와의 비교에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보편적 인권기준에서 북한군의 인권실태가 이와 유사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