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창릉 한 필지에 '150명' 쪼개기…'그린벨트' 덮친 투기바람

"의심 지역 모두 인접지, 미공개 정보 유출로 추론할 근거"
"신도시 근처가 최대 이익…그린벨트는 투기꾼들의 장기 투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한 개발제한구역. 고무성 기자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어설프게 이어놓은 녹슨 철문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안에는 또 다른 철문과 함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두 철문 사이 오른쪽에는 비료 포대와 철망들이 어지럽게 놓인 채 땅을 정리하려다 만 듯한 모습이었다. 그 위 언덕으로는 시들은 묘목에 이어 울창한 나무들이 보였다.


이곳은 4만2천30㎡의 임야를 무려 150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확인됐다.

바로 인근 2만 9천811㎡의 임야도 한 필지를 110명이 쪼개서 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여기는 작은 비닐하우스와 집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길가에는 그린벨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50년째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신도시 지정 전인 2017~2018년에)좋은 차 타고 오신 분들이 땅을 보러 많이 왔었다"면서 "기획부동산이 이런 넓은 땅을 자기네가 주인인 것처럼 행세해서 사람들에게 팔아먹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지금 여러 사람이 무단으로 점거해서 살면서 그린벨트를 훼손해 쓰레기벨트가 됐다"며 "구청에서 벌금을 물려도 소용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두 필지의 소유자들은 대부분 외지인이었다. 이들의 거주지는 서울부터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도까지 다양했다. 나이도 24살부터 79살까지 여러 연령대가 분포돼 있었다. 이 땅들의 공유자에는 경매주식회사가 항상 껴있었다.

◇"의심 지역 모두 인접지, 미공개 정보 유출로 추론할 근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한 개발제한구역. 고무성 기자
창릉 신도시가 지정되기 1~2년 전인 2017~2018년 토지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땅 쪼개기가 이뤄진 곳은 대부분 신도시 인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신동과 성사동의 두 임야의 경우 골짜기처럼 움푹 들어간 신도시 경계 밖을 피해 정확히 위치해 있었다.

11건의 추가 투기 의심 사례로는 △향동동 1만 706㎡의 임야는 67명이, △향동동 9124㎡의 임야는 48명이, △성사동 9281㎡의 임야는 41명이, △용두동 2만1421㎡의 임야는 37명이, △용두동 1만4678㎡의 임야는 28명이, △동산동 4918㎡의 임야는 23명이, △성사동 6546㎡ 임야는 17명이, △행신동 4760㎡의 임야는 7명이, △성사동 9620㎡의 임야는 6명이, △성사동 5157㎡의 임야는 5명이, △원흥동 7339㎡의 임야 등이다.

이 투기 의혹들을 제기한 고양시의회 이홍규 부의장(국민의힘)은 "창릉신도시 지정 지역이 아닌 인접 지역에 있는 것 자체가 미공개 정보가 유출됐다고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는 근거로 본다"며 "그런 정보가 없이 막연한 정보로 했으면 지구 내에도 있어야 하는데 의심 지역은 모두 인접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은 또 "공직자라던가 관련된 업무를 하셨던 분들도 분명히 이 정보가 흘러갔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직자와 선출직 의원의 가족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도시 근처가 최대 이익…그린벨트는 장기 투자"

왼쪽부터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장,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황진환 기자
개발 제한이 심해 외면받던 그린벨트는 이번 신도시 예정지와 인근 투기에 적극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 보좌관 가족도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그린벨트를 매입해 투기 의혹으로 고발됐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지난 18일 전해철 장관의 전 지역보좌관 부인 A(51) 씨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사준모의 이번 고발조치는 전날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A씨의 안산 장상지구 토지 매입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앞서 황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씨는 장상동 토지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한 달 전 농협으로부터 2억 이상 대출을 받아 해당 토지를 매입했다"며 "해당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인데다 인근에 송전탑까지 있어 매매가 어려운 곳인데 이런 토지를 매입비의 70%를 대출받아 매입한 건 신도시 개발정보를 이용한 전형적인 땅 투기"라고 지적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신도시 인접한 곳만 산 것은 진짜 정보를 정확히 얻었을 수가 있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신도시 안보다 근처가 개발의 영향으로 엄청나게 가격이 올라 최대 이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시 인근 그린벨트를 사는 것은 나중에 풀릴 거라고 예상해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신도시가 옆에 있으면 개발이 되면서 확대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그린벨트가 풀리게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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