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성추행 피해자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9일 밝혔다.
헌재는 "검찰이 충분하고 합당한 조사 없이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형법상 상해죄나 위법성 조각사유(정당방위) 법리를 오해했거나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B씨는 같은 고시원에 거주 중이던 A씨가 여성용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밖에서 욕실 전원을 끄는 행위를 몇 차례 반복하며 공포감을 일으켰다. 이후 A씨가 욕실에서 나와 주방으로 가자 뒤따라가 A씨의 신체부위를 강제추행했다.
A씨는 저항하기 위해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둘렀고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는 단순히 말을 걸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A씨를 무혐의 처리하지 않고 기소유예 판단한 것이다. 기소유예는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하는 처분이다.
헌재는 "당시 물이 담긴 사기그릇을 들고 있던 A씨가 이를 내려놓고 다시 B씨에게 저항하거나 머리가 아닌 다른 신체부위를 가려 타격하는 등 다른 방어방법을 취했어야 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추행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반격방어의 형태로 저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검찰은 A씨가 사건 당시 처한 상황과 방위행위의 필요성, 긴급성 등에 관한 합당한 고려 없이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단정했다"며 "이로 인해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헌재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A씨 사건을 다시 검토하고 불기소(무혐의) 등 새로운 처분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