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트 펑크, 28년 동안 4장만 남긴 완벽주의 장인들

토마스 방갈테르, 기 마누엘 드 오맹 크리스토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가 지난달 22일 작별을 고했다. 5년 만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에필로그' 영상을 올려 끝을 알렸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한마디 설명도 없었지만, 다프트 펑크를 사랑하는 팬들은 마지막마저 너무나 그들다웠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새 '전자음악계의 전설'이 된 다프트 펑크가 음악사(史)에 남긴 흔적을 이대화 음악 저널리스트가 짚어 보았다. [편집자 주]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가 지난달 22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에필로그' 영상을 올려 해체를 공식화했다. 다프트 펑크 공식 유튜브 캡처
다프트 펑크(Daft Punk) 역사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는 201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4집 [랜덤 액세스 메모리즈](Random Access Memories)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것이다. 이는 뮤지션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이지만, 그룹은 수상소감을 말하지 않았다. 로봇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해체 발표 역시 "다펑다웠다"고 말한다. 28년 프로젝트의 마무리라면 누구라도 감정적으로 격해질 텐데 티 내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손편지도, 감사했다는 SNS 라이브도 없었다. 에필로그라는 제목의 영상과 "1993-2021"이라는 자막. 그게 끝이었다. 끝내 로봇다웠다. 이렇게 일관되게 하나의 콘셉트를 밀어붙인 뮤지션은 역사상 다프트 펑크가 유일할 것이다.

다프트 펑크가 얼마나 음악에 진심이었는지는 2006년 '얼라이브'(Alive) 투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저 히트곡을 쭉 연주하는 공연이 아니었다. 기존 히트곡을 조각내고 재조합해 그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버전으로 바꿔서 나왔다. 투어 준비 하나에 앨범 하나 만드는 노력을 추가한 셈이다.

무대 위를 장식한 피라미드형 구조물도 당시로선 파격적 시도였다. 일렉트로닉 공연에서 '음향' 외에 '설치'가 중요해진 계기가 다프트 펑크의 얼라이브 투어라는 해석이 있을 정도다. 언제나 치열한 고민을 기울였다. 너무 세게 고민하느라 공식적인 투어가 역사상 두 번밖에 없었다는 것은 아쉽지만.

신시사이저 측면에서도 다프트 펑크는 덕력과 기술을 모두 겸비한 장인이었다. 초창기 히트곡 '다 펑크'(Da Funk)에는 고양이가 우는 것 같은 '왱~' 거리는 신시사이저 리프가 나온다. 얼핏 들으면 멜로디가 좋아서 중독성 있는 것 같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필터가 열렸다가 닫히는 절묘한 타이밍이 중독성의 비결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우앙'과 '우오와앙'의 미세한 차이를 완벽히 구현했다는 것이다.

특유의 거친 사운드 질감도 대단하다. 그 매캐한 지글거림이 얼마나 멋진지. 이 완벽한 레시피를 위해 다프트 펑크는 얼마나 많은 실험을 했을까. 26년이 지난 지금도 '다 펑크'의 리프는 신시사이저 마니아들이 꼭 한 번씩 카피해보는 교과서다. 록 음악에 딥 퍼플(Deep Purple)의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가 있다면 전자음악엔 다프트 펑크의 '다 펑크'가 있다.

1993년은 다프트 펑크가 결성된 해다. 다프트 펑크 공식 유튜브 캡처
실험적인 사운드는 물론 대중적인 팝 멜로디 작곡에도 뛰어났다. 한국에서도 히트한 [디스커버리](Discovery)는 특히 대중적 감각이 절정에 달한 앨범이다.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 '디지털 러브'(Digital Love), '섬씽 어바웃 어스'(Something About Us)'를 들어보면 좀 더 클럽 음악 같았던 1집과 비교해 더 팝적인 형태다.

다프트 펑크는 뻔해지는 자충수로 흐르지 않고 대중적 밀도만 높이는 고난도의 균형감을 선보였다. 친근해진 음악에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더해져 천진난만한 행복감도 추가됐다. [디스커버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디스코와 일렉트로닉의 대중적 안배를 가장 완벽하게 제시한 앨범 중 하나일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난 것도 흠잡을 곳 없는 마무리였다. 사실 다프트 펑크의 5집 앨범은 부담감만 잔뜩 안은 기획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자음악 성향을 내려놓는 과감한 반전을 4집에서 선보였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는 새로움은 어려웠을 것이다. 네 장의 명반을 연달아 진화한 형태로 내놓았다면 그 정도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당연하다. 팬 입장에선 또 하나의 명작보단 롱런을 원하겠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가늘고 길게 가느니 각자의 미래를 도모하는 게 낫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해체의 이유를 넘겨 짚어본다.

다프트 펑크는 재결성할까? 이미 그룹 활동 때도 조금씩 솔로 활동을 하긴 했다. 각자의 길을 가다가 문득 '합칠까?' 생각이 스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이미지를 고려하면 가능성은 작을 것 같다. 해체할 때도 영상 하나가 전부일 정도로 도도한 그들이 재결성이란 '흔해지는' 길을 걸을까? 그래도 합친다면 추억 삼아 오랜만에 인사 정도 하는 컴백은 아닐 것 같다. 앨범도 만들고, 새로운 도전도 하고, 그렇게 음악적으로 공들인 재결합을 하지 않을까. 그게 다프트 펑크다우니까 말이다.

글 _ 이대화(음악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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