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노씨의 유족이 제기한 진정을 놓고 "(전 전 교수 등이) 부상이 심각했던 노씨의 안전과 건강, 장기적 경력 관리보다는 목전에 닥친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권 획득이나 올림픽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피해자가 과도한 훈련을 하고 무리하게 대회에 나가는 것을 묵인하고 보호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진정 사건이 지난 2013~2014년에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해당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전 전 교수 등이 노씨의 부상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월드컵 및 동계유니버시아드 등 대회 출전을 강요했다는 사실관계는 전반적으로 인정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꼽혔던 노씨는 지난 2016년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24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그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노선영씨의 남동생으로도 알려져 있다.
노씨는 지난 2011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지난 2013년 월드컵 시리즈 1차대회를 마친 뒤 조직검사에서 어깨 부위 종양이 발견됐다. 이후 2014년 훈련 도중 어깨와 팔꿈치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당초 양성으로 알았던 종양이 악성으로 판명돼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에 노씨의 모친 등은 전 전 교수를 비롯한 당시 코치진이 노씨에게 어깨에 무리가 가는 훈련을 강압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전 전 교수 등은 피해자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여러 대회에 참가한 것은 외부 병원의 진단결과를 검토해 피해자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피해자는 지난 2013년 9월 이미 좌측 어깨 종양이 발견돼 정밀 진단을 받아보란 병원의 조언을 받은 상태였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좌측 어깨가 돌출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작성한 일기장을 보면 지속적으로 어깨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고, 특히 훈련 중 빙판에 손을 짚는 것이 불편하다고도 기재했다"며 "또한 피해자가 지난 2013년 12월 참가한 동계유니버시아드는 큰 위상의 대회가 아니고, 피해자의 경력을 감안할 때 부상 치료를 미뤄가며 참가할 만큼 의미있는 대회가 아니었다는 견해가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고인들의 진술을 통해 노씨가 '대회에 나가고 싶지 않은데, 출전하라고 한다', '너무 아파 시합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의 언급을 했었다는 점도 들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부상 선수에 대한 객관적 심의시스템 등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전문운동 선수의 부상 예방·재활 복귀를 지원하는 '재활 컨디셔닝 센터' 같은 전문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체육회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한국체대 총장에게도 선수의 부상 예방 및 관리·보호를 위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경험했던 것과 유사하게 국가대표의 경우, 성적 지상주의나 국위 선양 등을 이유로 대회나 훈련 참가에 있어 건강상태나 부상정도에 대한 객관적 심의를 받지 못한 채 참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상황에서 부상을 당한 국가대표의 대회 출전이나 훈련 참가에 대해 심의하는 절차를 만들고 관련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