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인권위는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경찰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 정인이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며 경찰이 정인이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지난달 4일 접수하고 조사 중이다.
진정인 A씨는 "정인이에게 학대 피해가 발생해 지난해 5월과 6월, 9월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 경찰이 정인이를 구할 수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장이다. 당시 양천서장은 최근 경찰청에서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 내 책임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개인 자격으로 서장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진정인은 특히 정인이가 숨지기 20여일 전에 있었던 '3차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문제삼았다.
A씨는 진정서에 "소견이 다른 두 명의 소아과 의사 중 수사를 종결하기 편한 의사의 말로 (사건을) 종결해버렸다. 아이의 인권은 철저히 짓밟혔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전문가가 아동 학대를 정확히 말했지만, (경찰 등은) 다른 병원을 돌면서 결국에는 경찰이 듣고 싶은 병원의 진술을 택했다. 경찰이 처리하기 쉬운 방향으로 증언을 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경찰의 '셀프 징계'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 제3의 기관에서 보다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에 대한 3차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현장 조사에서 '양부모의 방임이 의심되고 정인이의 체중이 많이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정인이 신체에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학대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부모가 당시 분리조치에 격한 반응을 보인 점 등도 고려됐다.
그로부터 20여일 뒤인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는 생후 16개월 만에 숨졌다.
한편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의 2차 공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학대 고의가 없었고 정인이를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