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가 학습한 카톡 수천건, 15개월간 온라인서 퍼졌다

스캐터랩, 이루다 재료 카톡 '깃허브'에 올려…익명화 제대로 안돼
개발자들 "개인 특정할 위험 있었다"…개인정보위 "조사하겠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AI 챗봇 '이루다' 개발에 쓰인 카톡 대화 수천건이 재작년부터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공유되면서 약 1년 3개월간 온라인 곳곳에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카카오톡 데이터는 비식별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여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이루다를 성적 도구 취급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는 오픈소스를 이용해 '제2의 이루다'를 만들고 있었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스캐터랩은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신경망 모델 파일을 게재했다.

깃허브는 IT 개발자들이 개발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 오픈소스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직접 개발한 AI 등의 모델을 간략하게 공개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만든 기술을 알리고 생태계 전반에 기여하는 곳이다.

스캐터랩은 2019년 10월부터 카톡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신경망을 깃허브에 공유해왔다. AI 챗봇인 이루다의 '중추신경'이라고 할 만한 뼈대 기술이다.

실명과 지역명 등으로 추정되는 정보를 비식별화 처리한 대화내용. 연합뉴스
문제는 스캐터랩이 공개한 프로젝트에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 데이터가 익명화(비식별화)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스캐터랩은 연애 분석 앱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의 카톡 데이터 약 100억건을 재료로 이루다를 개발했다.

스캐터랩은 깃허브에 오픈소스를 올리면서 카톡 데이터 100건을 훈련 데이터로 공유했다.

카톡 데이터 100건에 담겨 있는 카톡 대화량은 1700건에 달한다.

그런데 이 카톡 대화 데이터에는 실명 20여건이 포함돼있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관계가 상당수 드러나 있었다.

직장명, 지역명, 지하철역 이름, 도로 및 근처 영화관 이름 등 해당 인물들의 생활 반경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도 나와 있었다.

이를 확인한 한 개발자는 연합뉴스에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 곳에 고객 데이터를 올린 점, 비식별화가 미흡해 개인을 특정할 위험이 상당한 점이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이루다' 개발한 스타트업 스캐터랩. 연합뉴스
관련 사실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자 스캐터랩 측은 이날 깃허브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외 다른 개발자들이 깃허브에서 오픈소스를 복사(fork)해간 탓에 카톡 데이터들이 온라인 곳곳에 퍼진 상태다.

이에 관해 스캐터랩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측은 "조사 과정에서 함께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루다를 성적 도구로 삼고 이루다에게 혐오 표현을 학습시키려고 시도한 악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오픈소스를 내려받아 '제2의 이루다'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이용자는 이날 오후 2시께 '디시인사이드 이루다 마이너 갤러리'에 오픈소스를 올리면서 "이루다 부활시켰다"고 글과 캡처를 올리기도 했다. 글은 다른 이용자들의 우려로 곧 삭제됐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비공개 메신저 '디스코드' 방을 만들어 오픈소스로 여성 챗봇을 만드는 방법을 토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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