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라고 밝힌 A씨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이의 일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사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우리들에겐 일상에 가깝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맞아서 오는 아이, 싸워서 오는 아이, 교복을 입은 채 임신해 오는 아이, 배달 오토바이를 타다 다쳐 오는 아이, 성폭행 당해 오는 아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후에 오는 아이, 학대가 의심되나 보호자가 진료를 거부하는 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보호자가 나타나지도 않는 아이들도 있다"며 "이 시간, 이 순간, 오늘도 내일도 아이들은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가해자 엄벌을 탄원할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국을 정식으로 만들라고, 보호아동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거기에 인력과 예산을 넣으라고 호소해야 한다"며 "'약사에게도 신고의무를 부여하자' 따위의 되지도 않는 법령을 발의할 게 아니라 사설기관과 민간병원에만 속수무책 떠넘겨져있는 일을 나라에서 챙겨서 하라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끝으로 신고하기 어려운 의사들의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A씨는 "의사들이 신고한 후 신분 비밀과 생업유지 보장이 되는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부터 행동하고 싶지만 이런 사건의 중심에서 수십번 같은 상황을 겪고 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뜯어고쳐야 이게 가능한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