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도 열고 말지"…뿔난 헬스장 사장님들 왜?

실외·실내 체육시설 영업 허용 두고 '핀셋 조치' 논란
태권도·발레 학원은 되는데 헬스장만 안된다?
카페·온라인커뮤니티에서 '오픈 시위' 글 올라와
"왜 이곳만 문 닫아야 하나" 관장들 모여 삭발식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서울 시내의 한 헬스클럽이 이용자 없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헬스장 및 피티샵 유지비가 월 평균 500만~1천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정부 지원금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신용 대출로 이 모든 걸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강남 도곡동에서 '퓨어짐'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박인호(35)씨는 벌써 5주째 문을 걸어 잠갔다.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발표로 그는 현재 무기한 휴업 상태에 돌입해 있는 상태다.

회원들 PT로 생계를 이어오던 트레이너들은 발길이 뚝 끊긴 헬스장에 이번달 수입은 보나마나 '0원'이라며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박인호씨는 "회원이 100%로 줄었다"고 전하며 "다시 오픈하면 거리두기로 쉬기를 반복 또 반복, 그나마 있는 회원들 환불 소리 안나오면 다행이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서울 시내 한 헬스장에 영업시간 단축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왜 헬스장만 문 닫아야 하나?" 같은 체육시설 '엇갈린 희비'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 가운데 태권도, 발레 등 소규모 학원이나 스키장의 운영은 허용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4일 0시부터 17일 24시까지 적용되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동시간대 교습 인원 9인 이하 학원·교습소와 스키장·빙상장·눈썰매장 등 실외 겨울 스포츠 시설의 운영이 재개된다.

태권도·발레 학원 등이 포함된 학원·교습소는 대부분 학교가 겨울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집합 금지 조처가 완화 됐고 스키장·썰매장과 같은 실외 겨울 스포츠 시설의 운영도 허용됐다.


이에 실외·실내 체육시설 영업 허용을 두고 벼랑 끝으로 내밀린 일부 자영업자들은 '핀셋 영업 정지' 조치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실외 겨울 스포츠 시설인 스키장(왼쪽) 발레 교습(오른쪽).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발레, 스키장 집단감염 발생했는데…전문가도 '갸우뚱'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실내체육시설과 야외 스크린골프장은 집합 금지가 계속돼 영업을 할 수 없지만, 소규모 체육시설이라 할 수 있는 태권도·요가·발레 교습소는 학원으로 등록해 있다면 문을 열 수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태권도나 발레학원 등도 9명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교습이) 가능하다"며 학원, 교습소로 등록된 경우는 모두 (운영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스키장 등 실외 겨울 스포츠 시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용 인원의 3분의 1 이내로 인원이 제한됐고,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부천 발레학원, 12월 평창 스키장의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밀집·밀접·밀폐 형태인 '3밀(密)' 장소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다"며 "같은 체육시설인데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건 거리두기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 체육시설은 열면서 실내 시설을 닫게한 조치는 비판받을 만 하다"며 "스키장 감염은 안 되고 체육관만 감염될 리는 없다, 야외 운동을 같이 한 뒤 식사를 하거나 차량을 같이 타고 이동하며 감염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헬스관장모임카페' 게시글 캡처
◇"이럴거면 벌금 내도 문 연다"…헬스업계 집단행동 움직임

실내 체육시설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조치에 반발하는 집단행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헬스관장모임카페'에는 헬스장 문을 열고 회원을 받지 않는 '오픈시위'를 제안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이 올린 게시글에는 "조직적으로 회비를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여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항의 오픈 중 발생될 벌금에 대해서는 공동구매비처럼 사용하자"며 "벌금을 내더라도 헬스장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적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에는 헬스장, 필라테스 등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 총 153명으로 이뤄진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이 국가를 상대로 7억 6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며 반발했다.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또 피트니스사업자연맹(PIBA)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 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에는 4일 오후 2시 기준 16만 5천여명이 동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KFMA' 충청지역 지부장이라 소개한 A씨(41)는 CBS노컷뉴스에 "현재 모든 실내 체육시설이 방역 지침을 잘따르고 있는데, 왜 헬스장만 집합 금지를 풀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헬스장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 경기, 부산 지부의 관장님들 대부분 센터를 오픈해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벌금을 내더라도 잘못된 방역정책이 수정될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수긍가능한 방역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싶다"며 "정부는 차별적인 실내체육시설에 적용된 집합 금지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방역 정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관장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장관장모임은 "제한적으로라도 영업을 풀어달라"며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생존권 보장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는 모호한 방역 기준으로 실내 체육시설을 집합 제한 업종으로 분류했다"며 "대형 평수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실내 체육시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한 채 폐업하고 있고, 트레이너와 강사들은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먹고 살 걱정을 하면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헬스장을 운영하던 50대 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부는 해당 시설은 장애인 재활 목적의 특수 체육 시설이라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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