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주민들이 떠난 이 자리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활동가 3명이 인근 5개 대학 학생들과 `이문냥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문 3구역에 남겨진 길고양이들을 구조해 아픈 곳을 치료해준 뒤 가정으로 입양 보내는 활동이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냥이' 사무실에서 만난 활동가 문성실(55)·김은주(54)·권보라(35)씨는 9일 "남은 고양이들을 모두 입양 보내고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개월만 하려던 활동이었는데 아직 고양이들의 치료와 입양 절차가 남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씨 등은 이문동에서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캣맘으로, 각자 수년간 활동하다가 이문동에 철거 예고 현수막이 붙은 올 2월 초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재개발 조합에 양해를 구하고 갈 곳 잃은 고양이들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가정에 보내는 활동을 했다.
3월 14일부터 철거가 끝나기 직전인 5월 30일까지 100마리 이상을 구조했고, 이 중 60여마리가 가정에 입양됐다. 사무실에는 지금도 고양이 50마리가 각자 이름이 붙은 우리에서 지내고 있다.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고양이들은 무너진 건물 안이나 살던 곳 인근에 남아 있다가 그대로 죽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다른 곳에 방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들이 고양이들을 돌본 뒤 주인까지 찾아주는 이유다.
문씨는 "고양이는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살다가 그 자리에서 죽는 영역 동물"이라며 "원래 살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다른 곳으로 보내면 고양이들이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도시의 길고양이들은 귀엽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마실 물이 없고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어 몸이 붓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구조된 고양이들이 모두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애초 이들은 이 같은 고양이 구조·입양 활동을 장기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인근에 대학들이 많아 학생들의 봉사와 후원이 이어지는 등 상황이 유리했고, 자신들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가능했다는 것.
이들은 "재개발 지역 내 활동가들이 여유가 없으면 이문냥이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길고양이뿐 아니라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동·식물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해 고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