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실력이라 생각" 더 성숙해진 메이저리거 김광현

현지 일부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솔직한 입장 전해

밝게 웃는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SK 와이번스를 떠나 지난해 12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간 800만 달러(약 93억 원)에 계약했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김광현은 빅리그 꿈을 이룬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터진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2020시즌 개막은 기약 없이 연기됐고 주변 시설은 모두 폐쇄됐다. 동료들도 하나둘 훈련장을 떠났고 김광현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홀로 남았다.

혹시나 모를 입국 제한 때문에 한국으로 귀국할 수도 없었다. 제대로 된 연습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김광현의 우울감은 깊어졌다.

김광현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혼자였던 상황에 대해 "그땐 정말 '내가 왜 여기 왔냐. 야구도 못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정말 힘들고 우울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정을 토로한 김광현 (사진=김광현 인스타그램 캡처)

당시 김광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힘든 심정을 그대로 표현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김광현은 "그때 잘 버텨서 운이 따른 것 같다"고 회상했다.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한다' 그렇게 버틴 것 같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그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생각하니 정말 할 수 있게 됐다"며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긍정적으로 된다는 것을 이번 시즌에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의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의 도움이 컸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와 캐치볼을 주고받으며 몸 상태를 유지했다. 그는 "마당이 넓은 웨인라이트 집 앞에서 50m까지 캐치볼을 꾸준히 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와 함께 아무도 없는 공원에 몰래 들어가 80m까지 캐치볼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던 중 시즌 개막 일정이 잡혔고 그제야 불펜 피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8경기(선발 7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며 팀의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꿰찼다.

귀국 기자회견 중인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은 이번 시즌 유독 운이 좋았다는 일부 현지 언론의 평가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그는 "저는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어 보였다.

이어 "제가 어려서부터 열심히 노력했고 최선을 다해 왔으니 지금 운이 따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운은 평균적으로 다 동일하기 때문에 나중에 운이 없을 때 실력으로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있고 더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운이 안 따르면 실력으로, 실력이 부족하면 운으로 엮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무대와 낯선 환경은 김광현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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