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상황 전수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출범한 인권위는 학생선수 5만7557명(유효응답)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학생선수 인권침해의 실태를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7%(8440명), 성희롱·성폭력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7%(3829명)이었다.
특히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중·고등학교 학생선수 6155명 중 4898명(79.6%)은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밝혔다. 보복 등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이는 1511명(24.5%)이었고, 대처방법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도 801명(13.0%)에 달했다.
반면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신체폭력 2.1%(6155명 중 130명), 성희롱·성폭력 3.6%(1774건 중 64건)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신체폭력의 가해자는 주로 코치로 나타났으나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선배선수에 의한 폭력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성희롱·성폭력의 가해자는 주로 선배선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선수는 활동 반경과 인적 네트워크가 제한적"이라며 "지도자와의 관계가 진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체육계 내부 또는 지도자의 인권침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기실적을 위한 '무한경쟁'이 이 같은 인권침해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훈련을 위해 수업에 빠졌다고 응답한 학생은 27.5%, 장시간 훈련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5%에 달했기 때문이다.
통상 고등학교 입학 체육특기자는 시·도별 체육특기자 선발에 관한 규칙에 의해 시·도 또는 전국 규모 대회에서 3위 이내로 입상해야 선발 자격을 갖는다. 대합 입학의 경우도 대부분 경기실적을 70~90% 반영한다.
실제 상시합숙이 학생선수들의 인권침해 비율을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중·고등학교 학생선수의 56.6%가 합숙경험이 있고, 합숙경험이 없는 학생보다 폭력 및 괴롭힘 등 인권침해 비율이 더 높았다.
학교 밖에서 활동하는 학생선수의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했다. 학교운동부에 소속되지 않고 학교 밖에서 개인 코치와 스포츠클럽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학생선수(14.7%)는 언어폭력·신체폭력·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이 학생운동부 소속 학생선수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학생선수가 폭력이나 성폭력을 신고하고자 하는 경우 대응체계가 학교 안팎으로 이원화 돼 있는 등 복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안에서는 일반적인 학교폭력 사안과 같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처리되고, 학교 외부에서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 클린스포츠센터, 체육인지원센터 등으로 분산돼 있는 실정이다.
인권위는 "학생선수가 폐쇄적인 환경에 고립되어 피해 사실을 침묵하지 않도록 보다 개방적인 훈련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각 기관이 노력할 것과 가해자 유형별 대응방안 및 신고방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학생선수 인권보호 업무가 다수의 기관에 분산돼 있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관계기관이 협업하여 정기적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학생선수 인권보호 안전망 확대, △학생선수 인권침해 예방, △학생선수 폭력 및 성폭력 피해 대처 강화 등 3개 주제로 구성된 제도개선 방안을 교육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시도교육감, 대한체육회장에게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