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불기소' 결론에도…이재용 재판 넘긴 주요 근거는?

이재용 측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 했지만
檢 "대법원이 승계작업 인정" 반박
이재용 "보고·지시 없었다"는 주장도 不인정
檢 "전략 직접 세워"…최지성·김종중 진술도 작용한 듯
업무상 배임혐의까지 추가…향후 쟁점 부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결론내리고 결국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 과정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이 해당 현안을 직접 챙긴 정황은 물론, 그에게 주요 문건들을 보고했다는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한 점도 검찰이 외부인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과 달리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한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李측 "합법 경영활동" 강조했지만…檢 "대법원이 승계 일환 합병 인정"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이 부회장을 1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 김종중 전 사장 등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바이로직스 소속 전현직 임원들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를 처음 압수수색한지 약 1년 9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는 이 부회장 측의 핵심 주장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주요 근거로는 이 합병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본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올해 6월 재상고심 판단을 들었다.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은 법원 판결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은 합병 주요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 등 자본시장법상 각종 불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목적에서 주가 관리 등을 통해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고의로 낮추고,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았던 제일모직의 가치는 반대로 부풀렸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 과정에서 자본 잠식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최소 비용으로 확보했다는 게 수사 결론이다.

◇李측 "보고나 지시 없었다"고 했지만…정반대 정황‧진술들


검찰은 불법 합병작업이 수년간 치밀하게 계획된 승계계획안(프로젝트G)을 큰 그림 삼아 미전실 주도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검찰에 두 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을 당시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최지성‧김종중 등 미전실 핵심인사들은 프로젝트G안을 비롯해 합병 발표 한 달 전에 작성된 'M사 합병 추진(안)' 등 주요 문건들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M사 합병 추진안에는 합병 관련 주가 관리 방안이 담겨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 발표 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은 특히 합병 추진 당시인 2015년 6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의 합병 반대 입장이 확인되자 이 부회장이 직접 미전실, 해외 자문사와 함께 긴급 대응전략을 세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문사는 골드만삭스로, 당시 이 부회장 주재로 전략 회의도 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응 전략에 따라 조직적 부정거래 행위가 이뤄졌으며 무리하게 합병이 성사됐다고 봤다.

◇檢, 이재용 '배임죄 추가' 초강수…李측 "수사심의위 부정" 반발

이 부회장의 혐의에는 앞서 청구된 구속영장이나 수사심의위 논의 대상에 없었던 '업무상 배임죄'도 추가됐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결론을 뒤집은 데 이어 '초강수'를 뒀다고 평가받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검찰은 각종 불법 행위들로 인해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결론내고 이 부회장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다. 수사팀은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특별결의, 주식매수청구권 등 합병 단계별 주주(투자자) 보호 제도들을 모두 무력화, 형해화 시켰다"며 "상법‧자본시장법 및 경영‧회계학 전공 교수들의 의견에 따라 미전실 및 삼성물산 경영진들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위배한 점을 배임 혐의로 의율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수사팀은 주주들의 선택지가 다양함을 고려할 때 손해액수를 특정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제일모직이 당초 산정한 삼성물산 흡수비용이 합병비율이 정해진 뒤 산정된 비용보다 4조 원 이상 비쌌다는 점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피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 측은 이런 검찰의 결론에 대해 즉각 입장문을 내고 "기소 과정에서 배임죄를 느닷없이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지 법정에서 하나 하나 밝혀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결론 이후 수사 내용과 법리 등을 전면 재검토 했으며, 부장검사 회의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사팀은 "내‧외부 의견 청취 결과 기업집단의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 범행으로 사안이 중대한 점,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한 점,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 점,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무시한 배임 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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