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 많이 사는 관악구에서도 지난달 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전세 매물은 크게 줄어들고 가격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통계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659건이었던 관악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27일 기준 318건으로 51.7% 줄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관악구 아파트 전세가 증가율은 전달 대비 0.38%다. 0.98% 오른 7월보다는 상승세가 완만해졌지만 6월(0.19%)의 두 배 수준이다.
5월에 입주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519가구) 전용 84㎡ 전세가는 5억7000만~6억원 정도에서 7억원으로 최근 1억원가량 올랐다. ‘관악푸르지오’(2104가구)의 경우 전용 59㎡ 매물 15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4억원 이상이다. 가장 비싼 것은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최고가 4억원보다 5000만원이나 상승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고 매매 가격의 상승폭도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전세시장은 물량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큰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84㎡ 전세 물건이 4개에 불과하다.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 품귀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는 전세물건이 단 2건뿐이다. 이 단지 전용 84㎡ 전세매물은 이달 최저 5억1000만원~최고 7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현재 전세 호가는 8억원까지 뛰었다. 대치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보다 최대 3억원이 올랐지만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며 가을 이사철이 오기도 전에 전세대란이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는 단지마다 등록된 전세물건을 찾아보기가 힘들정도다. 이 아파트 2단지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는 아예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전세 물량이 나오더라도 중개업소간에 물량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입장에서는 발품을 팔아야 1~2건 정도 계약 가능한 매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공급물량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도 전세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는 총 2만3217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로 더 줄어든다.
서울의 전세난은 수도권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파악한 지난 24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랐다. 0.2% 이상의 높은 상승률이 10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세 시장은 입지여건이 좋은 지역에 수요가 계속 몰리는 반면, 매물이 부족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여름 휴가철이 마무리되고 가을철 신규 수요가 유입되면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