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남았다.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부동산 이슈를 청와대와 여권으로 옮겨 붙게 해 노 실장에 대한 여론이 매서운 시기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 노 실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유임'이었다. 왜일까?
이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니는 업무의 무게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은 단순히 대통령을 보좌하는게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을 지휘하며 각종 현안을 조율하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Chief of Staff'으로 부르는 것도 직원 관리의 임무 때문이다.
또한, 총리실을 비롯해 각 부처별 현안을 파악하면서 중요도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비서실장의 복합적인 업무를 파악하고 적응하려면 누가 오더라도 최소 수개월은 걸린다는 것이 청와대 베테랑 직원들의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수석들이 대다수 신임인데, 이들을 끌고 가야 할 비서실장까지 교체된다면 업무를 적응하는 과정에서 큰 혼선이 빚어질 수 도 있다"며 "노 실장에게 신임 수석들을 적응시키는 임무를 부여하면서, 차기 비서실장 인선에 더 신중을 기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무 연장성'을 고려해 새로 온 참모들이 적응하도록 돕고, 틀을 잡아 나갈 때까지 노 실장에게 관리 업무를 맡겼다는 해석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비상 시국인 만큼 성급한 인사보다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이슈로 큰 흠집이 나기는 했지만 노 실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업무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던 것도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정 지지도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 실장 유임으로 이번 인사가 주는 쇄신의 메시지가 다소 흐려진 것도 사실이다.
노 실장이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200명 후반대 확진자가 나오자 수석들과 함께 긴급 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문 대통령이 내각에 코로나19 총력 대응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의 협조로 일궈낸 방역의 성과가 헛되지 않도록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주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로 교체된 참모들도 코로나 관련 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실장을 유임시키면서 단계적 쇄신의 길을 택한 문 대통령도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마지막 비서실장 인사에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갖고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