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윤 총장보다 앞서 신임 검사들을 만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 대검찰청에서 열린 26명의 신임 검사 신고식에 참석해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끊임없는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라며 "꼭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불거진 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윤 총장이 약 4개월 만의 첫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이다.
윤 총장은 "여러분은 선배들의 지도를 받아 배우면서도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고 선배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며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윤 총장은 형사사법절차 변화에 따른 검사의 역할·역량 변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당부했다. 지난 2월 상반기 검사 인사 후 전입식에서는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힘의 원천은 검찰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즐거운 직장 분위기"라고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신임 검사들에게 상호간의 '설득'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검은 "범죄성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하는 것은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수사팀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윤 총장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실현된다.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검 신고식에 앞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추미애 장관도 같은 취지로 '인권 수사'를 강조했지만 윤 총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추 장관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기본 역할에 먼저 충실해 달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언급한대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검찰이 직접 나서는 모습 보다는, 한 발 물러서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며 검·경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윤 총장이 사실상 '언중유골'로 그간 말하지 못한 속내를 드러낸 것과 달리 추 장관은 최근 현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체적 충돌과 영장 범위를 넘어선 집행 등으로 논란이 되면서 사실상 이번 수사를 승인한 추 장관의 입장이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이날 추 장관은 "검사로서 접하게 될 수많은 사건들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사건"이라며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지 말고 실질적인 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라"는 당부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