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유출 드러나는 윤곽들…'숨은 진실' 누가 쥐고 있나

故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고소 누가 유출했나 '진실공방'
임순영 젠더특보, 고한석 전 비서실장, 警‧靑 의혹선상에
김재련 변호사, 여성계 시민단체 "유출 안해, 적극 수사해달라"
진실공방 격화, 결국 수사영역으로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고소 사실을 누가 유출했는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된 10일 직전, '8~9일'의 퍼즐들이 조금씩 맞춰지는 상황에서 '숨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누가 '피소' 유출했나…임순영‧고한석‧경찰‧청와대 등 모두 의혹선상에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유출과 관련 핵심 '키맨' 의혹을 받던 이는 일단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보다. 그는 8일 오후 3시쯤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을 찾아가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데, 실수한 게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밝혔다. 성추행 고소 접수가 경찰에 이뤄지기 1시간 30분쯤 전의 일이다.

다만 그는 언론보도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 정도만 알았을 뿐, 성추행 고소 사실은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불미스러운 일을 어디서 들었는지에 대해선 "서울시 외부의 몇몇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외부 사람이 누구인지와 관련, 시민단체 쪽은 아니라면서도 청와대, 경찰,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나중에 밝혀질 것",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임 특보가 여지를 둔 청와대, 경찰은 고소건에 대한 정식 보고를 거쳤을 뿐 유출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8일 오후 4시 30분 고소를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오후 5시쯤 경찰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오후 7~8시쯤 청와대에 보고를 마쳤다.

물론 청와대와 경찰이 정식보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비공식 루트'를 통해 유출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 정희용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 비서실에 치안협력관 1명을 파견하고, 출입정보관 2명을 상시 출입시키면서 업무협조를 하고 있다. 이중 치안협력관 파견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의원은 해당 통로를 통한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발(發)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특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국가인권위원회, 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보좌관 등을 거쳐 관련 인맥을 갖췄다는 시각이다.

임 특보는 8일 밤 박 전 시장과 측근들이 가진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추가 확인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임 특보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유출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되는 또다른 이는 박 전 시장 최측근인 고한석 전 비서실장이다. 그는 박 전 시장이 실종되기 직전인 9일 오전 9시 공관을 찾아 박 전 시장과 면담했다. 또 오후 1시 39분에는 박 전 시장과 5분 정도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고 전 시장 역시 "피소 사실을 몰랐다"라고 부인했다.

◇김재련 변호사, 여성계 시민단체 "유출 안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사진=연합뉴스)
피해자를 변호하는 김재련 변호사와 보호·지원하는 여성계 시민단체들도 유출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에 "고소인은 고소사실을 유출할 이유가 없다"며 "엄중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역시 "서울시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변호사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고소 이후 서울시 정무라인 연락을 받은 적 있었나'라는 질문에 "'실장님'이 문자를 주셨는데 못 받았다"라고 밝혔다. 정무라인이 유출 의혹 대상자로 오른 셈이다.

'실장님'이 고 전 실장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으나, 고 전 실장은 CBS노컷뉴스에 "김 변호사 전화번호도 없고 피해자 측에 접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실장님'이 서울시 송다영 여성정책실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송 실장은 13일 오전 11시 39분에 김 변호사에게 전화했고, 이후 문자를 보내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당시는 박 전 시장의 장례절차가 거의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졌을 때다. 서울시 측은 장례 중이기에 회견을 미뤄달라는 이유로 연락을 취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정무라인도 아니었고, 연락 자체는 '유출'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었던 셈이다.

◇'진실공방' 격화, 결국 수사영역으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진상규명의 첫 단추인 '유출 의혹'에 대한 진실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결국 숨겨진 진실은 수사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은 16일 박 전 시장 관련 고발 사건 4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배당했다. 앞서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경찰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죄, 증거인멸교사죄 등으로 고발했다.

유출에 대한 진실이 숨어있고 관계자들이 방대한만큼 수사범위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규정상 정한 공식 보고라인 외에 유출은 모두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에 따라 서울시,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들의 경우 '방조 혐의'에 대한 수사도 예고돼 있다. 시민단체 활빈당은 지난 14일 대검찰청에 서정협 서울시장권한 대행, 김우영 정무부시장 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 등으로 고발했다.

다만 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높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행위에 적극 돕고 동조해야만 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단순히 얘기를 듣고 정보를 전달 받은 것만으로는 혐의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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