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수성 있게 느꼈는지 의심스럽다", "과연 절실한 문제로 느꼈는가", "국민의 마음으로 해법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따끔한 주문이었다.
비공개 회의 당시 문 대통령이 '국민의 감수성'을 언급하는 순간 분위기가 더욱 숙연해졌다는 이야기를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의 질타로 마스크 수급 문제가 당장 풀리진 않았지만, 국민의 마음은 어느정도 풀렸다. 그때까지 책임 소재 가리기에 급급했던 부처들은 한마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갔다.
청와대는 사안의 민감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관련 국민청원이 단 하루만에 20만명을 넘기기도 했지만, 국민 감수성을 건드리는 이슈라는 것을 핵심 참모들도 직감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24일, 25일 연달아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초점은 청년들의 감수성을 '공감'하는데 맞춰져 있지 않았다. 분노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팩트체크'에 집중했다.
황 수석은 인터뷰에서 공사 입장을 대변하듯 세세한 해명에 나섰다. 인국공 정규직화는 이미 수년전 노사간 합의까지 끝난 것이다, 비정규직 상당수는 공개적인 채용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연봉은 5천만원이 아니라 3800만원 선이 될 것이다 등등.
한 나라의 일자리 정책을 조율하는 수석이 TV에 나와 한 기관의 속사정을 이렇듯 상세히 해명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팩트체크에 집중하느라 살인적인 취업난 속 청년들의 분노에 대한 황 수석의 답은 원론적이고, 짧았다.
이번 사태가 가짜뉴스에 기댄 보수언론들의 선동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시대적 가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려는 '생트집'에 불과하다는 해석은 정치의 영역에서 일견 타당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여당 의원들이 방패막을 들고서, 때론 죽창까지 챙겨 스스로 전방에 서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할 일은 방패막을 드는 것이 아니다. 일개 가짜뉴스에 왜 수많은 청년들이 동요하고 동조했는지, 왜 명백한 팩트체크 뒤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지, 그 감수성의 근원을 찾고 공감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도리이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시작조차 못하고 이번 사태를 접하게 된 그들의 심경을 헤아린다면 뜨거워진 청년들의 가슴에 '가짜뉴스'라는 기름을 부을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며 해법을 찾겠다고 위로하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
'이번 참에 잘 걸렸다'며 대안도 없이 정부를 있는 대로 헐뜯기 바쁜 야당의 뻔한 행태도, 보수언론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청년들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말실수를 연발하는 여당도 국민들은 다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 판에 끼는게 아니라 나와서 본질을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며칠전까지 강조했던 것처럼, 직접 만나고 보듬어야 한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