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선 윤 총장이 이 사건에 연루된 측근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수사팀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사실상 비슷한 시각을 내비치면서 윤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대검찰청을 비롯한 검찰 일각에선 수사팀이 여권의 '검찰 때리기' 기조를 의식해 다소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제동이 불가피했다는 정반대의 시각이 감지된다. 입장차가 분명한 만큼, 이 사건을 둘러싼 파열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은 그간 채널에이 이 모 기자가 현직 A검사장과 결탁해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에 유시민 전 장관의 비위 첩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혐의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A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운 이 기자의 취재 행위가 강요미수죄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 내린 수사팀은 지난주 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대검 형사부에서 수사팀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형사부 과장들 사이에선 수사팀과 달리 이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강했던 걸로 전해진다. 윤 총장이 앞서 '대검 부장회의에서 논의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 사안은 구본선 대검 차장검사와 검사장들의 논의 테이블에도 올랐다.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마지막 회의 시점으로 알려진 지난 19일 이전에도 해당 회의가 열렸고, 여기선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견은 대검 형사부를 통해 수사팀에 전달됐다고 한다. 마지막 부장회의에선 이 사건을 대검 산하 심의기구인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으로 넘겨야 할지 등도 논의됐지만 뾰족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은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판단 하에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그러자 여권에선 윤 총장이 '제 식구 감싸기식'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윤 총장이 측근으로 분류되는 A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수사팀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취지다.
추 장관도 24일 '법의날' 행사에서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통해 위임의 취지에 반하도록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주문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발언으로, 윤 총장의 최근 행보를 겨냥한 비판으로 풀이됐다.
수사팀이 이 기자에 대한 구속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라기 보다는 여권의 의중을 의식한 무리한 조치 아니냐"는 다소 격앙된 발언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런 시각이 깔려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차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협의체를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지난 1월28일 법무부의 공문을 언급한 것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엔 자문단도 포함되는 만큼 현 상황에서 이를 소집하는 건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다. 당시 법무부는 "중요사안 처리에 관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대검 스스로 마련해 시행 중인 부장회의 등 내부 의사결정 협의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전국 66개 검찰청에 보낸 바 있다.
한편 수사팀은 22일 이철 전 대표를 재소환했다. 지난달 1일 첫 조사 이후 두 번째 조사다. 앞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지씨에게도 다시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다. 대검의 보완수사 의견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표는 25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윤 총장이 자문단을 열어 이 사건을 섣불리 매듭지으려 한다고 보고, 대응 차원에서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국민 눈높이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 신청 사유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는 법률가 위주 전문수사자문단과 달리 200여명의 일반인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위원을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