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살기, 도시만큼 힘들어요. 하지만 자신의 길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아쇼카펠로우 선정 팜프라 유지황 대표
-촌 정착위한 공동체 경험과 수익사업
-지역자원 보존, 심각한 기후위기 대응
-소멸되는 지역에 청년들이 유입되길
-촌생활 도시만큼 만만찮게 힘들지만
-삶의 다양성 고민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봐야
-자기 길 찾아 찾아오는 고등학생들 많아

-빈집은 많지만 임대가 어려운게 큰 문제
-군유지에 공공주택 짓는것도 고려해볼만
-답답한 귀농정책,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
-청년들의 제안 받아들일 준비도 안돼
-'지원'이 아닌 파트너로 머리 맞대야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유지황 대표 (팜프라)

남해 두모마을에 위치한 팜프라 (사진=팜프라 제공)

◇김효영> 시골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농사를 지으면서 살 수는 있을까. 이게 밥 벌이는 될까. 도시생활에 지치다보면 그런 고민들을 할 때가 있죠. 하지만 막막합니다. 귀농이 나와 맞을지, 일정기간 살아보거나 농사를 경험해볼만 한 기회를 잡기가 힘들죠. 그런 기회를 주는 곳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지역으로 삶의 전환을 꿈꾸는 젊은 이들을 위한 농업회사법인이 있습니다. 이름은 팜프라인데요. 팜프라의 유지황 대표 만나보겠습니다. 전세계 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아쇼카펠로우에도 선정되신 분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팜프라 유지황 대표 (사진=경남CBS)

◆유지황> 네. 안녕하세요.

◇김효영> 상당히 젊어 보여요.

◆유지황> 네. 87년생이고요. 올해 서른넷이 되었습니다.

◇김효영> 팜프라가 어떤 곳이에요 묻는다면?

◆유지황> 저희는 '촌'이라고 표현하는데, 촌에 사람들이 이주하고 살아갈 수 있게끔 다양한 삶을 실험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를 만드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촌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는 테스트베드 같은 겁니까?

◆유지황> 네. 시골에서 어떤 관계가 형성이 되고,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 이런 것들을 직접 몸으로 익히고 있고요. 또한 제품생산과 체험, 여행으로 수익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팜프라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유지황> 제가 농촌에 살고 싶어서 집을 구하거나 땅을 구했는데 계속 쫓겨났죠. 그래서 어떻게 정착해서 삶을 꾸려갈 수 있을까? 다양한 삶을 실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까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사람들이 수요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팜프라를 만들게 되었죠.

◇김효영> 같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입니까?

◆유지황> 흔히 말하는 공동체와 기업이 섞여있는 구조입니다. 공동체와 기업의 중간쯤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효영> 기업이라면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곳인데, 어떻게 수익을 올립니까?

남해 두모마을의 제철 먹거리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구독하면 제철 먹거리가 부록으로 따라간다. (사진=팜프라 제공)

◆유지황> 네.'팜프라 매거진'이라고. 어르신들이 농산물을 생산하시거나 마을에 담겨있었던 이야기, 셰프들의 레시피를 받아서 책으로 만들고. 시금치나 고사리를 같이 보내준다거나. 최근에는 유채꽃을 보내주는 상품도 있었죠. 그리고 집짓기 교육이나 팀빌딩이라고도 하는데 청년들 모이면 기업을 만들거나 단체를 만들 때 필요한 교육들, 같은 것도 하고 있고요. 많이 하고 있어요.

◇김효영> 여러 가지 하고 있네요.

◆유지황> 결국 핵심적인 키워드는 지역자원을 보존하는 것.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삶을 만드는 것. 계속 지역소멸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청년들이 좀 유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김효영> 1년 동안 몇 명의 친구들과 같이 했습니까?

◆유지황> 2명이서 시작해서, 6명이 되었습니다.

◇김효영> 이렇게 팜프라가 필요한 것을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시골에 정착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 되죠. 어떤 점이 가장 큰 장벽이 됩니까?

◆유지황> 제일 어려운 것은 빈집은 많은데 그것을 빌리거나 살 수 있는 집이 없어요. 도시의 자녀분들이 가지고 계셔서 마을에 계시지 않기 때문에 빌리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희도 아직 저희 집이 없어요. 폐가가 늘어나고 있고 마을 분들도 힘들어하는데 거기 누가 들어오려고 해도 들어올 수가 없는 구조. 그래서 이게 아주 심각하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김효영> 농사지을 땅은 어때요?

◆유지황> 농사를 지을 땅은 많이 있습니다. 임대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김효영> 주거할 공간을 구하기가 가장 힘들다? 그동안 각 지자체마다 귀농 귀촌정책들을 많이 내고 있는데, 그 덕에 좀 수월해지지 않았습니까?

◆유지황> 귀농귀촌 정책으로 집을 구하는 건, 5천 개 중에 5개 비율밖에 안됩니다. 대기자도 많고요.

◇김효영> 그럼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세요? 실질적인 대안은.

◆유지황> 제도적으로 이걸 좀 개선해야 되는, 빈집을 장기적으로 안 쓸 때는 누가 임대를 해줄 수 있다거나. 그러니까 거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빈집인 상태는. 판매나 아니면 빌려주는 조건들이 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고요. 그래서 오히려 군 단위에서 군유지에다 공공주택형태의 거주공간을 만드는 것도 고민을 해보고 있어요.

◇김효영>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으신 게 집 문제. 정부나 자치단체의 귀농정책에 한계가 있어 보여요?

◆유지황> 실제로 시골에 저희처럼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활환경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살아가는 분들한테 필요한 제도나 정책이 잘 안 나오고요.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잘 어울리면서 여기에 살 것인가. 마을 분들을 어떻게 챙기면서 살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거기에 맞는 정책과 제도가 나와야 되는데 그것에 대해서 섬세하게 인터뷰를 하거나 하지 않거든요.

◇김효영> 탁상행정이란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유지황> 그렇죠. 예를 들어서 청년이 이주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거기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어떤 우려와 걱정이 있는지.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어떤 것들을 우려하고 어떤 게 기대되는지 이런 세세한 것들을 다 조사를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정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됩니다.

◇김효영>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겠군요?

◆유지황> 그런게 확실히 있는 데요. 예를 들면 공모사업을 하는데, 공모자가 제안을 하고 행정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정석이잖아요. 그런데 행정이 다 기획하고 너희가 좀 했으면 좋겠다고 찾아오더라고요. 안맞죠. 저희가 그동안 해온 활동이나 지역자원이나 마을과의 이해관계 이런 것들이 있는데, 단순히 도시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오는 경우는 안 맞죠.

◇김효영> 주객이 전도가 되는 군요.

◆유지황> 저희가 제안을 하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제도적으로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매칭이 안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엄청 답답하죠. 그럴 때는.

◇김효영> 앞으로 꿈이 뭡니까?

◆유지황> 기후위기가 눈앞에 와 있고, 농사를 지으니까 그게 얼마나 심각한 지 더 많이 느끼거든요. 기온이 매년 너무 다르고, 이때 쯤 비가 와야 되는데 비가 오지 않고. 미세하게 조금씩 뭔가 변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조금 많아요. 그래서 이것을 더 많은 또래 친구들하고 여기서 오래 살아야 될 사람들하고 더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효영>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유지황> 힘들다. 도시만큼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삶의 다양성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봐야 되지 않나.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밟아가지고 왔는데 취업을 하거나 뭔가 하려고 하니까 일자리도 없고 제가 배워온 것들을 써먹을 데가 없는 것이죠. 저희는 그래서 청소년들이 많이 와요. 고등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인턴도 와있고 자기가 자기 길을 지금부터 찾아나서죠. 그것을 보면서 과거의 모습이 생각이 났고 슬픔과 책임감을 많이 느끼죠.

◇김효영> 그래요?

◆유지황> 도시가 맞는 친구는 도시에 사는 것이고 안 맞는 친구는 돌아가거든요.

◇김효영> 어떤 점이 가장 안 맞다고 그래요?

◆유지황> 먹고 사는 문제는 두 번째더라고요. 첫 번째는 자기 감수성이 여기 맞는가. 사람마다 나고 자란 생태계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까 자기가 생각했던 그 그림은 맞는데 나의 생태계에는 안맞는 것이죠. 저희 마을에는 슈퍼도 하나도 없고 아무 것도 없거든요.

◇김효영> 자기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말씀. 다장 직장이나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가기는 좀 어렵다, 휴가 내지는 주말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 그 정도라면 체험을 해볼 수 있습니까?

◆유지황> 네. 저희도 단계적으로 사업을 보고 있는데 첫 번째는 미디어나 자료를 받아보고 제품을 받아보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네 라고 인지하는 것. 그리고 여행이나 이렇게 방문을 해서 아, 이렇게 실제로 사는 구나를 경험해보고, 몇 번 더 오거든요. 그러고 나서 좀 더 장기적으로 한달부터 1년 살아보러 오고 그리고 나서 그 다음 단계가 이주와 정착을 위한 준비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김효영> 그래요. 팜프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유지황> 저희는 두모마을에 있습니다. 와 보고 싶으신 분은 홈페이지에 방문신청을 해주시면 됩니다.

◇김효영> 유 대표님은 '아쇼카펠로우'에도 선정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유지황> 네. 세계 네트워크인데요. 일상을 살아가면서 시스템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되는데, 저희처럼 그것을 사업이나 어떤 활동으로 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아쇼카펠로우라는 멤버십 같은 그런 펠로우를 주거든요. 전세계 한 4천 명 정도. 네트워크가 되어 있죠. 아쇼카펠로우를 체인지 메이커 라고 말을 합니다.

◇김효영> 체인지 메이커?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혁신가?

◆유지황> 그런 개념이죠. 그리고 이 체인지 메이커가 또 다른 체인지 메이커를 만들면서 그게 확산되는, 시스템과 사람을 끊임없이 연결시키고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아쇼카펠로우라고 합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마치겠습니다.

◆유지황> 저희는 지금 사실은 사업을 하는 거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 되게 많이 오랫동안 살아가야될 어떤 세대로서 고민들을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으로 풀어내고 그 어른들이 가진 지혜들을 보존하고 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일들이 앞으로 저희 뿐만 아니라 또래 청년들이 더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지금 뭐 5-60대 분들도 노인세대가 되었을 때 좀 더 안정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일들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으면 옆에서 좀 잘 지시하고 응원하고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김효영> 지지와 응원 말고 자치단체나 정부로부터 지원이 있어야 되는 부분은 없습니까?

◆유지황> 지지와 응원 속에 지원도 있죠. 그리고 제가 지원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사실 공공이 해야 될 일을 민간에서 하는 것이잖아요. 누가 누구를 지원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업파트너의 개념이거든요. 그래서 이 사업파트너로서 그 세대들한테 적절하게 일을 주고 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환경정책이기도 하고 농업정책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는 말씀. 여기까지 이야기 듣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유지황> 네. 감사합니다.

◇김효영> 지금까지 농업회사법인 팜프라의 유지황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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