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18:25~19:50)
■ 방송일 : 2020년 4월 2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민하 (기자)
◇ 정관용> 높은 곳에 올라서 뉴스를 봅니다. <김민하의 고공비행> 김민하 기자 오늘 주제는?
◆ 김민하> ‘호기심과 말실수’입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른바 n번방 발언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죠. 어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참여자 전원을 처벌해야 하지만 호기심으로 입장했다가 아니다 싶다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발언한 게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냥 호기심으로 입장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 김민하> 텔레그램 메신저를 설치해야 하고 해당 방의 주소를 따로 찾아서 들어가야 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면 입장비를 암호화폐로 내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입장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단지 호기심에 입장했다고 하기는 무리죠. 서지현 검사가 오늘 페이스북에 글을 쓰길 ‘범죄자가 살인을 하고 호기심에 그랬다고 하면 그것은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 정관용> 황교안 대표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 김민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날 황교안 대표가 유튜브 통해 입장 밝혔습니다. ‘이를테면 양형을 고려할 때 등에 관한 일반론적 답변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도 오늘,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라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황교안 대표가 일반적인 음란물 열람사건 등의 경우를 연상해 실수한 것’이라고 두둔했습니다.
◇ 정관용> 잘 몰랐다고 하면 그것대로 문제 아닌가요?
◆ 김민하> 상당 기간 뉴스의 중심에 있었을 정도로 떠들썩한 사건인데 제1야당 대표가 제대로 내용을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면 왜 없었을까? 결국 전형적인 중장년층 기득권 남성의 태도로 이해될 수밖에 없죠. 이런 식으로 선거 기간 동안은 발언 하나 행동 하나가 정치인 한 사람의 이미지를 규정해버리는 사건이 전에도 많았습니다.
◇ 정관용> 실언 잔혹사, 어떤 사례들이 있었죠?
◆ 김민하> 지난 대선 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표적입니다. 그전까지 스마트하고 능력있는 엘리트 이미지였는데 지하철 발권기에 2만원을 넣는다든지 성묘하면서 퇴주잔 논란에 휩싸인다든지... 결국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져 낙마한 일이 있습니다. (정몽준 전의원 같은 경우는, ‘버스요금이 70원’이라고 잘못 답변했다가 세상 물정 모른다는 조롱에 오랜 시간 시달려야 했고요) 또,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총리도 지하철과 악연이 있는데 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반대편 단말기에 갖다 댄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 정관용> 황교안 대표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 김민하> 우선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 주장대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면 겸허하게 부족함을 인정하고 공부를 한 후에 차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는 게 나았겠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사과를 하는 게 차라리 좋고요. 근본적으로 자기 콘텐츠가 확실한 후보는 실수나 논란에 강합니다. 정권과 싸우겠다는 것 말고 황교안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가 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논란 하나 하나가 오래 이어지는 것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