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나들이에 맛집 탐방?…코로나 '방심주의보'

날씨 풀리자 그늘막 금지 규정까지 어기고 한강 나들이
의심환자 분류돼도 통제 불능…용산구 주민들은 불안감 증폭

지난 28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붐비는 여의도 한강공원. (사진=연합뉴스)
2주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감염 억제에 효과를 내며 진정 국면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해외 입국에도 31일까지 최근 열흘간 국내 코로나19 일별 확진자수는 150명대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을 중심으로 나들이 인파가 늘고, 해외에서 입국한 일부 확진자들이 자가격리를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느슨한 분위기가 형성돼 우려도 함께 짙어지고 있다.

완연한 봄에 접어든 지난 주말(28~29일), 서울 한강공원은 봄나들이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1주일 가량 남아 있었지만 오랜시간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해 온 시민들은 날씨가 풀리자 가족·친구·연인 단위로 한강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겼다.

주말 하루 전인 지난 27일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는 홈페이지에 △ 공원내 운영시설 및 체육시설 이용중단 △ 사회적 거리두기 홍보 강화 △ 손세정제 배포 △ 공원 시설물 방역 실시 △ 매점 이용시 사회적 거리 유지 및 마스크 착용 △ 그늘막 설치 금지 등 코로나19 대응조치를 공지했다.

나들이 시민들은 이런 조치들을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았다. 이날 공원에 나온 시민들은 4월까지 전면 금지된 그늘막(텐트 포함)을 공원에 설치하거나 빽빽하게 돗자리를 깔고 앉아 봄을 만끽했다.

이 같은 사진이 SNS에 퍼지면서 비판 여론도 거세다. 나들이 시민들이 코로나19와 사투 중인 의료진의 고생을 헛되이할 뿐만 아니라 지역 감염 위험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도심에 있어 인파가 몰리기 좋은 한강공원을 잠실 석촌호수처럼 전면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네티즌(아이디:sp****)은 "간호사로 최전선에서 버티고 있는 친구가 한강공원 뉴스보고 울었다고 하더라. 걱정돼서 영상통화했는데 마스크 때문에 얼굴 피부가 다 짓눌려 밴드 붙이고 있는 친구 얼굴을 보고 나도 오열했다. 개학연기가 무슨 소용이냐"라고 질타했다.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코로나19 감염안전진료부스에서 의료진이 검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멋대로 쏘다닌 의심환자들…용산구 '빨간불'

용산구 이태원동·한남동은 부주의한 해외 입국 확진자들이 속출해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확진자가 자가격리 중에 이를 어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용산구 2번 확진자는 한남동 거주 폴란드인으로 10일 한국에 입국, 바로 다음날인 11일 오전 11시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이후의 행보였다. 2번 확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마친 뒤 비말감염 위험성이 높은 치과를 시작으로 은행, 이태원 유명 맛집, 애견호텔 등까지 방문했다. 택시를 이용해 귀가할 때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용산구 7번 확진자는 필리핀에 거주하다 후각 이상 증상 발현 이후 20일 한국에 들어왔다. 이 환자 역시 2번 확진자처럼 23일 선별진료소 검사 이후 정육식당과 주점에서 외식을 즐겼다.

2번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이었던 폴란드인 8번 확진자는 이를 지키지 않고 동네를 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CCTV(폐쇄회로) 확인 결과, 해당 확진자는 당초 자가격리를 지켰다는 진술과 달리 편의점에 가거나 산책을 했다. 8번 확진자가 발생한 26일 기준 36명이었던 자가격리자는 4일 만에 확진자가 3명 추가되면서 312명으로 늘었다.

용산구는 8번 확진자를 고발 조치했지만 이미 늦은 대응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특히 아직까지 언어소통 문제로 8번 확진자의 동선이 모두 공개되지 않아 용산구청 블로그에는 투명한 동선 공개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용산구 특수성을 고려해 외국인 대상 마스크 착용 교육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4월 1일 0시를 기해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국민·장기체류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해외입국 확진자를 통한 지역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 또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자가격리 2주를 직접 경험한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30일 브리핑에서 "국민들 모두가 주어진 의무에 대해 충실히 이행하고 또 함께 지켜나가야 된다는 점에서 우선 개개인이 방역의 최전선에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고 국민들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모두 힘을 합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방역의 완벽한 실행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보다 조속히 복귀시킬 수 있도록 함께 애써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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