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진짜 신규 계좌 개설이 '삼성증권'만 유독 늘었는지. 삼성증권 측의 대답. "업계 전체가 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역시 대형 증권사이니 늘고 있는 게 맞다. 주식 안 하던 분들이 주식을 새로 시작하면서 그런 말씀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실제 삼성증권 지점에 개인들이 몰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증권 평촌점에 방문해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은행 지점도 사람이 없는 판에 증권사 지점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가자마자 대기표를 뽑아보니 앞에 대기 인원만 20명.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직원과의 상담을 마친 양모(55, 여)씨에게 온 이유를 물어봤다. 양씨는 "계좌 개설은 아주 오래 전에 했는데 거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면서 "다시 하려니 잘 모르겠어서 물어보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살 것"이라며 "전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모르겠으면 삼성전자를 사는게 낫다고 해서 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두 살 첫 자녀의 주식 계좌를 개설하러 온 30대 부부도 있었다. 이 부부는 "주식은 한 번도 안 해봤다. 하지만 아버지가 주식을 하시는데 주식 거래를 배워서 장기 투자를 해보라고 하셔서 아이의 계좌를 개설했다"면서 "투자 했다가 나중에 교육비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직원 한 명은 객장을 돌면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려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고 안내를 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 팸플릿을 건네주며 "수수료를 안 내실거면 이 팸플릿을 따라서 앱을 설치한 뒤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딸, 아내와 같이 온 60대 남성은 비대면 계좌 개설 팸플릿을 들고 객장을 떠났다. 신규 계좌 개설에 대한 설명을 들은 남성은 "30년 만에 기회가 온 것"이라며 "비대면으로 주식 계좌 개설하는 법을 배웠고 바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적은 돈이지만 전 재산 걸고 해보려고 한다. 우량주를 살 것"이라며 "주위에 거의 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산다. 지금 분위기상 다른 건 불안하지 않느냐. 삼성전자가 망하면 나라가 망하니까, 설마 이건 믿을 수 있겠지 하고 걸어보는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오후 삼성증권의 참고자료가 배포됐다. 언론사들의 삼성증권 계좌 개설 증가와 관련한 문의가 많아 간단한 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한 것. 지점 대면의 경우 올해만 1만 1천명이 증가했다. 지금이 3월인데, 작년 전체 지점을 통한 계좌 개설 건수의 절반에 육박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 증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1개월간(2월 24일~3월 25일) 신규 고객은 10만명 넘게 늘어났다. 2030에 편중돼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삼성증권은 4050을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비교적 고르게 개설되고 있었다. 2030의 비중은 절반 이하.
일반적으로 비대면 계좌의 경우 이벤트 등으로 개설은 하지만 실제 거래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삼성증권에서 최근 1개월간 개설된 비대면 계좌의 절반 정도는 개설 후 실제 거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신규 고객의 3월 주식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기간 유입된 신규 비대면 고객의 61%는 삼성전자를 한 번이라도 매매한 경험이 있었다. 같은 기간 지점으로 유입된 신규 고객 가운데 삼성전자 매매 경험 비중은 68%다.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어 증시 대기자금으로 일컬어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25일 기준 41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같은 날 3053만4668개로 연일 신기록을 세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