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부터 간략히 정리하면 류 후보는 지난 2014년 이화여대 e스포츠 동아리에서 자신의 롤 아이디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게임 등급을 대신 올리도록 했다. 당시 논란이 되자 사과하고 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6년 가까이 지난 일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건 류씨가 사실상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도 볼 수 있는,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류씨는 "과거의 잘못이 다시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롤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대체 롤은 어떤 게임이며, 이 대리게임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친구 따라 딱 한번 롤을 경험해 본 '겜알못' 인턴기자가 3명의 20대 롤 유저들의 얘기를 듣고 하나하나 짚어봤다.
◇논란이 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어떤 게임인가?
롤은 라이엇게임즈가 2011년 출시한 게임이다. 게임 전문 리서치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은 12일 기준 전국 게임점유율 47.53%로 84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5명씩 편을 갈라 하는 왕 게임이다. 왕으로 비유되는 상대 진영의 넥서스(본부 개념)를 먼저 파괴하면 이긴다. 게임은 팀전으로 이뤄지며 5명의 유저는 모두 역할이 구분된 각자의 캐릭터로 게임에 임한다. 캐릭터는 게임 전에 선택 할 수 있고 팀에 모인 캐릭터 조합에 따라 다른 전략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롤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등급제라는 점이다. 등급은 아래부터 위로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챌린저 순이다. 골드 이하가 전체의 90% 가까이 차지하며 다이아 등급은 13일 기준 상위 2.77% 안에 든다. 참고로 류씨는 대리게임으로 '다이아 5'에 올랐다.
유저들 사이에서 골드 등급 이상부터는 게임을 매우 잘 한다고 인식된다. 또한 골드 등급 이상부터는 보상이 나온다. 보상은 각 시즌 이후에 제공되며 현금으로 구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상을 노리고 등급을 올리려는 유저가 대부분이다.
롤을 즐겨 하는 박준상(26·남·플래티넘)씨는 등급을 '이름표'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티어(등급)는 간판이나 다름없다"면서 "현실에서 인사를 하면 먼저 이름을 묻듯이 게임에서는 티어를 묻는다. 실력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롤 이용자 김영주(24·여·실버)씨도 "롤에서 등급은 자존심이다. 롤 유저들은 현실에서도 등급을 가지고 이야기할 만큼 예민한 자존심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롤에서 대리게임은 왜 문제가 되나?
롤은 실력이 비슷한 이용자끼리 게임을 하도록 맺어준다. 게임에는 다양한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이용자들을 매칭시켜 게임의 재미를 높이고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대리게임의 경우 이용자 간의 원활한 게임 진행을 방해한다. 한 유저가 대리 게임을 통해 등급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는 이용자 4명과 같은 팀으로 매칭되고 결국 팀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윤희수(26·남·다이아)씨는 "티어는 자신의 실력과 위치를 말해 주는데 같은 팀에 대리게임을 한 사람이 매칭되면 수준이 맞지 않아 게임 진행 자체가 어렵다"면서 "한때 대리게임이 성행할 때 화가 난 이용자들은 대거로 게임을 이탈하려는 조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 측에서는 대리게임에 적극적인 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다. 게임사는 신고가 들어오면 이용자 조사를 벌이고, 문제가 있으면 30일 동안 계정 정지를 한다. 또 다시 적발되는 경우 영구 게임이용 제한 조치를 취한다. 게임계에서도 심각한 불공정행위로 간주된다. 유명 게이머 '도파'는 2016년 대리 게임이 적발돼 선수 자격이 박탈되고 게임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박씨는 대리 게임을 두고 "전교 꼴등이 1등에게 대리 시험을 부탁해 100점을 받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롤은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더 이상 소수의 이용자가 즐기는 게임이 아니다"면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부정 행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대리 게임은 이제는 불법이다.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돈을 받고 대리 게임을 해주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류씨의 경우 법이 시행되기 전의 행위라서 법적 책임은 없다.
◇"심각한 부정행위…그래도 반성한다면"
인턴기자가 접촉한 게임 유저들은 하나 같이 류 후보의 대리 게임이 공정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씨는 "대리 게임은 게임계에서는 모두에게 비난을 받는 불공정 행위다"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면 이에 대한 해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 또한 부정행위 자체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불공정 행위에 대한 반성은 꼭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도 "반성을 한다면 지나친 비난은 자제하고 앞으로 본인이 게임 산업을 위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씨 역시 "게임 유저로서 게임 분야 국회의원이 나오는 것은 좋다"면서 "그러나 게임 회사에 자신이 부정으로 올린 아이디를 기입했는지는 공정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확실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류씨는 12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6년 전의 일이지만, 몇 번이고 사과할 준비가 돼 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도 "왜곡된 사실관계를 몇 가지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류씨는 "부당한 방법으로 이력을 꾸며 취직하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이른바 '스펙'도 없었다"며 "만약 이력서를 위조해 취업했다면 업무방해의 범죄에 해당할 것이다.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당당하고 용감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