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복지 노동자에도 '주 52시간'을 許하라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을 맞아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공약 제안 작업의 하나로 CBS노컷뉴스와 복지국가실현연대 총선지원단이 각계 전문가의 기고글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의 복지 실태를 점검하고 사회복지 정책의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사회복지업종의 많은 노동자들이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하게 되었다. 2018년 7월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근로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사회복지사업을 포함 21개 업종을 제외하였다.

이로써 2019년 7월 1일부터 사회복지사업 등 상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을 받게 되었지만,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이 업종의 특성으로 근로시간 단축의 실제 효과는 50인 이상 적용인 올해와 5인 이상 적용인 내년 7월 1일 이후 뚜렷해질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과 인력의 논제를 수반한다. 임금수준을 유지하든지 감소하든지, 필요인력을 얼마나 어떻게 더 충원할 것인지 등의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설령 국가나 산업이 이를 감당할 만큼 준비하지 않은 채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사실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은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도입 후에 단계적 대응을 감내하더라도 더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 1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노동자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8년 기준 1,967시간이다(이는 2016년 2,052시간보다 85시간이나 감소된 것이다). 동기간 OECD 25개국 평균은 1,673시간이다. 2018년 근로시간을 17개 산업별로 보면 부동산업이 2,147시간으로 최장시간 업종이며, 제조업은 2,125시간으로 15위이다. 건설업이 1,662시간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았다. 보건복지산업은 1,950시간으로 10위이지만 전체평균보다 17시간 짧다.

사회복지업종은 근기법 특례조항의 힘을 빌려 임금과 근무형태의 고질적 병폐를 꾹꾹 눌러온 대표적 사례이다. 저임금, 장시간노동, 인력부족의 문제가 법과 직업윤리에 쌓여 공론장에도 잘 등장하지 못했다.


그런데 법 개정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임금체계 없이 공무원의 임금기준을 준수하는 가이드라인이 업종 전체의 암묵적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시설유형에 따라 동등 자격으로 동일노동을 해도 적은 급여에서마저 차등이 생기며 지자체 재정여력에 따라서도 격차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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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제한적 보상(혹은 무보상)으로 일상화된 연장・휴일근로 대신 초과근로에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특히) 보육시설처럼 인력충원을 통한 휴게시간 현실화를 주장한다. 교대제 근무형태로 24시간 이용자를 돌봐야 하는 생활시설은 휴게시간 인정, 서비스제공 인력 기준 조정, 12시간 맞교대, 24시간 격일제 등 건강권에 치명적인 비사회적 근무형태 지양, 시설 폐쇄성 극복 등 한층 복잡한 문제가 있다.

사회복지업종의 종사자들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혁의 시도와 노력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1년의 유예기간은 매우 짧아 누적된 문제점을 온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하여, 현실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역행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는 우려스러운 의안들이 상정되었다.

사회복지업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근로시간 단축 특례조항 (재)도입이 2018년 7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필자가 확인한 것만 7건이다(건설업, IT업종 등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한 사례는 제외했다). 준비가 안되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니 미루거나 예외를 두자는 목적인데 이러한 의도는 사회복지사업을 계속해서 저임금・장시간 노동 사업장으로 묶어두자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역행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복지업종은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는 직무 특성이 강하다. 이 직무에 대한 사회적 가치평가가 한 번 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개정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것은 의미있는 진보의 실천이다. 때문에 다음 행보는 인력과 재원계획, 그리고 공정한 임금체계 정착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다가올 21대 총선은 사회복지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좀 더 일할 맛 나는 현장으로 달라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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