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쓰고 왔냐' 성희롱 발언부터 '만취출근' 의혹까지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 제대장인 A 경감이 폭언 등 갑질을 일삼는다는 첩보를 입수해 감찰에 착수했다. 피해를 입었거나 목격했다고 진술한 제대원들은 최소 7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경찰관 B씨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A 경감은 부하 직원인 B 씨가 피곤해할 때마다 "전날 여자친구를 만났느냐, 힘을 많이 쓰고 온 것 아니냐"는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그뿐만 아니라 B 씨의 여자친구 사진을 보고 "성형을 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A 경감은 많은 이들이 모인 집회 현장에서 B 씨에게 수차례 "XX 놈아", "XX 새끼야"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뿐 아니라 경찰관 C 씨에게도 A 경감의 폭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너 같은 애는 정규직 시키면 안 된다. 조심하라"라는 경고를 넘어 "근무 나가면 주의력이 없고 정신이 없어 보인다. ADHD 정신병이 있는 줄 알았다"는 취지의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A 경감은 부하 직원들의 출신 지역까지 문제 삼으며 비하 발언을 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정상적으로 교육에 참석한 직원에게도 지각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A 경감의 근무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만취 상태로 오후 출근을 한 뒤 소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은 제대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을 취합하고 있다. A 경감 역시 지난 17일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28명 대원 중 24명 '전출사태'…"A 경감과 일하기 싫어 나갔다"
해당 제대 소속 대원 28명 가운데 24명은 최근 전출 의사를 밝혀 소속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거의 모두 제대를 떠난 것으로, 사실상 A 경감에 대한 집단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복수의 내부 증언도 나왔다.
경찰관 D 씨는 "경찰들은 인사 시즌이 되면 해당 부대에 잔류할 것인지 전출을 나갈 것인지 내부 인사망에 표시해야 한다"며 "대원들끼리 제대실에서 만날 때마다 '못 버티겠으니 이번 인사 때 나가자'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고 설명했다.
D 씨는 이어 "제대장이 같이 있는 카톡방에서 24명의 전출 사유를 취합해 올리기도 했다"며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제대장이 지금 상황을 한번 보라는 의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관 E 씨도 "제대원들이 해당 제대장에게 너무 질리다 보니 잔류보다는 '전출'을 선택한 것"라며 "이들이 사람이 싫어서 떠난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반기 정기인사 시즌에는 많은 제대원들이 전출을 나간다"며 "인사수요와 맞물린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를 이례적인 집단 반발로 볼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감찰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이번 사태가 개인의 비위인지, 조직의 문제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상명하복·군대식 조직문화' 기저에 깔려있다는 해석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갑질 논란이 기동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맞물린 일이라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기동대 출신의 한 경찰관은 "기동대는 집회나 시위 등 현장에 대응할 일이 많다 보니 늘 긴장해 있다"며 "아무래도 상명하복,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동대에서 근무한 다른 경찰관은 "제대장이 팀장들을 포함한 직원들의 근무 평가나 상점에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직원들이 갑질을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찰 사실이 알려진 뒤, A 경감이 제대원들에게 '나도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놓았다'며 협박성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