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당? 통합신당?…여의도서 펼쳐지는 작명전(作名戰)

선관위, '안철수신당' 사용 불허…안 前의원 측 '반발'
한국당 통합 '보수신당' 놓고 이견…의총서 결론 못내
여야 코로나 특위도 명칭에 '우한' 포함 놓고 공방
총선 앞두고 일각선 '이미지 정치에 대한 과신' 비판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비례당 정당 명칭 사용 허용 여부를 논의하는 전체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신당' 사용을 불허하고, 자유한국당도 '통합신당'이라는 당명 사용 여부를 놓고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는 등,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신당 작명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정치적 함의를 담으면서도 유권자의 뇌리에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한데, 대내외 변수로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안철수신당' 불허, '보수신당'은 보류

선관위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안철수신당'은 정당의 목적과 본질,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정당법 규정을 위반한다고 결정해 사용을 불허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역 정치인의 이름을 정당 명칭에 포함하는 것이 정당지배질서를 훼손할 수 있고, 이름이 들어간 정치인에겐 사전선거운동의 기회가 돼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안철수 전 의원 측은 곧바로 "법률상 근거 없이 정당 명칭 사용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한 선관위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그러자 일부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안신당 장정숙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공당의 당명에 그 알량한 유명세를 이용할 목적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나 박아 넣겠다는 정치인이 사당화를 경계하는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수야권을 통합하려는 한국당도 지난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당명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행복을 강조하자는 뜻에서 '행복'을 넣자는 의견, 자유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니 '자유'를 넣자는 의견, 미래 세대를 위해 '미래'를 넣자는 의견, '혁신'을 넣자는 의견 등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합신당'이란 당명만으론 뭔가 아쉽다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월 임시국회 일정 협의를 위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갖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코로나 특위서도 '우한' 명칭 포함 두고 공방

'작명전(作名戰)'은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에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6일 회동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막기 위한 국회대책특별위원회의 명칭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위 명칭에 '우한'이라는 단어를 포함해야할지가 문제였다. 한국당은 중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포함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질병에 지역명을 넣지 않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규범'을 들며 반박했다.

결국 민생안전이 걸린 신종 코로나 특위 구성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11일 원내대표 회동일로 미뤄졌다.

정치권이 정당이나 특위 고유의 가치나 공약 내용이 아닌 명칭 자체에 치중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명지대학교 김형준 인문교양과정 정치학담당 교수는 "이미지 정치에 대한 과신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작명이) 반짝 효과만 있지 정당 고유의 가치나 비전, 공약 제시 쪽에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정당 이름이 바뀌지 않는다"며 "국민은 성숙했는데 정치권만 옛날식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은 1828년, 공화당은 1854년에 창당해 현재까지 그 정당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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