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까지 '급구'…단속에도 '마스크방' 호황

보건당국 마스크 단속 나섰지만…'마스크방' 인기는 여전
지자체부터 전세기 바이어까지 마스크 구하기 나서
사기와 신상정보 노출 성행…탈세 의심 현금 거래도
정부합동단속반 "유통망 파악 먼저…익명 거래도 추적 조사 가능"

한 마스크 관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사진들. (사진=카카오톡 캡처)
치솟는 마스크 가격에 국민적 불만이 높아지자 보건당국이 5일 0시부터 본격적으로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마스크 오픈채팅방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마스크'를 검색하면 여전히 마스크 거래 채팅방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참여 인원이 많게는 200명대부터 적게는 일대일까지 다양하다. CBS노컷뉴스 기자가 참여한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6일 오후 190명 이상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량 구매를 원하는 개별 소비자부터 의약품 도매상과 마스크 제조업·유통업·무역업·소상공인 등 다양한 업자들이 유입됐다.

감염증 확산이 본격화되자 채팅방 개설 취지와 달리 의약품보다 의약외품인 마스크·손소독제·라텍스 장갑·방진복 등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모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급속하게 품귀 현상을 빚은 물품들이다.

당연히 판매보다는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상황. 즉시 거래를 위한 구매자의 '현금 인증'은 물론이고, 제품 보유를 증명하는 판매자의 '현물 인증'까지 이뤄진다. 그럼에도 제대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허위 매물'말고 '진짜 매물'을 구한다"는 구매자들이 넘쳐난다.


광주 소재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의약외품 유통업체로부터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오픈채팅방을 찾았다.

약사 A씨는 CBS노컷뉴스에 "기존에 거래하던 의약외품 유통업체가 있었다. 마스크 제조공장으로부터 업체가 물품을 받으면 약국에 납품하는 방식"이라며 "지금 약국 내 마스크가 없는데 손님들은 계속 구매를 위해 방문하고, 업체에서도 물량 문제로 도저히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 500~1000개 정도 소량 직거래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정식 통관절차를 거쳐 마스크를 수출하려는 유통업체는 전세기를 준비한 바이어를 위해 오픈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전세기 대기 중인 바이어 고객이 깨끗한 KF94 마스크 100만장을 찾는다. 통관이 엄격하게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는 무조건 포함이고 수출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줬으면 한다. 합법자금인 잔고증명서만 가능하고 현금 인증은 안된다. 무자료(현금 거래) 건은 수출을 보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중국 자매결연도시 요청을 받은 국내 한 지자체 의뢰건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 의뢰로 KF94 마스크 1만장과 비접촉 체온계 200개를 구하고 있다. 모두 물량은 확보했지만 납기일이 늦다고 반려된 상황"이라며 "제공 가능한 분은 해당 지자체 쪽으로 연락해달라. 지자체 사용 물량이 아닌 중국 자매결연도시 협력 방역 물품으로 보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6일 CBS노컷뉴스에 "중국 자매결연도시로부터 마스크, 체온계 등 추가 물량 확보 요청이 들어와서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었던 것은 맞다. 그런데 마스크 국외 반출 자체가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 진행이 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마스크방'은 익명으로 참여가 가능한 만큼 사기 위험도 높다. 실제로 마스크 구매를 원했던 일부는 거래 도중 사기를 당했다며 고발글을 올렸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사기꾼'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분증 등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한 오픈채팅방 관리자는 "계산서 선발행 조건으로 입금요청을 해도 절대 받으면 안된다"라고 공지해 전형적인 사기 수법을 경고했다.

합법 거래를 원하는 참여자들도 많지만 탈세가 의심되는 '현금' 거래 역시 상당하다. 문제는 단속 관련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도 이런 거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번 정부 단속으로 마스크·손소독제 등에 대한 사재기가 근절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뿐만 아니다. 규제에 따라 마스크·손소독제 1000개 및 200만원이 초과되면 정식수출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를 훌쩍 넘는 수출 물량 거래는 변함없이 왕성하다. 국외 대량반출을 막겠다는 정부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합동단속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신고센터를 통해 들어온 신고 중 제보 신뢰성이 있는 사안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전체적인 유통 흐름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며 "오픈채팅방 등 익명 거래들도 생산해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생산부터 유통망을 추적 조사하면 위반 사실을 알 수 있으리라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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