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된 학교폭력…10대들의 위험한 온라인 문화

촬영·공유…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비뚤어진 과시욕'에 2차 피해도 우려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타인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 문화는 10대들의 일상까지 파고들며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 양상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공간의 전이'가 나타났다.

특히 최근 동급생이나 후배를 집단 구타하고 이 모습을 촬영해 공유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중·장기적 호흡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제기됐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김해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들이 아는 동생을 집단으로 구타하고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찍어 공유했다.

이들은 피해 학생을 무릎 꿇린 채 뺨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에 소주로 추정되는 액체를 붓는 등 폭행했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낸 피해 학생이 허락 없이 들어와 집을 어질러놨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직접 폭행을 가한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이를 묵인하거나 촬영한 나머지 일당에 대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대전에서 중학생들이 1년 넘게 동급생을 폭행하고 동영상까지 촬영해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공터 등으로 피해 학생을 불러 수차례 폭행했으며 이를 촬영해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같은 달 전북 익산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중학생을 집단 폭행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이후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사건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맞는 거 볼 사람'이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을 지인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뿐만 아니라 집단구타와 같은 끔찍한 범행까지 촬영해 공유하는 것은 이미 학교폭력이 가진 하나의 경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학교폭력을 가하고 이를 촬영·공유하는 게 일종의 놀이 문화로 정착하며 이를 통해 또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이웅혁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학교폭력이 저연령화·집단화하고 여기에 스마트폰까지 맞물리며 범행을 찍고 공유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온라인에 주류 공간이 형성되며 여기에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올려 인정받고자 하는 게 새로운 비행 영역의 하나로 터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애착 관계가 충족되면 이처럼 비뚤어진 과시 욕구는 필요 없다"며 "그게 불가능하니 인터넷 공간에서 범행 장면을 소수의 비행 집단과 돌려보며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해 사건의 경우 영상을 보면 가해 학생들이 키득거리며 웃는 등 자신들의 행동을 마치 장난처럼 여기며 재미로 찍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영상이 유포되면 피해 학생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학교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2차 피해가 막심해 주변에 퍼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영상을 보게 되면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섣불리 퍼뜨리지 말고 경찰에 신속히 수사 의뢰하며 동시에 정부도 나서 처벌 강화 같은 단편적 해결방안이 아닌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형량 강화는 별 효과도 없을뿐더러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학교폭력이 나름 중요한 국가 어젠다가 된 만큼 총리를 중심으로 각 부처 간 협업을 끌어내는 등 중·장기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입장에서 이런 영상이 한번 퍼지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살게 된다"며 "위기 가정의 아이들을 어떻게 건전하게 육성할지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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