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원시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님비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과 미숙한 행정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민 반발로 멈춘 인천 청년 창업·주거시설 '인천 드림촌'
인천시는 2017년부터 청년 창업·주거시설을 지원을 위한 '더 드림(The Dream)촌 조성 사업'을 추진해 정부로부터 22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첫 삽도 못뜨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드림촌은 구도심인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역 인근 7617㎡(옛 2304평형) 면적에 12층 규모의 청년 창업인 임대주택 200호와 창업지원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의 창업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정부예산 220억원을 지원받았다.
만 19~39세 청년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자가 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무실과 거주공간을 한 건물에 입주시키는 복합시설이다. 창업가와 투자자, 지원기관을 한 곳에 모아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청년 창업·주거공간으로 시세의 72% 수준 임대료로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청년 창업 선도사업으로 주목 받았다.
드림촌에 지어질 창업지원주택은 청년 창업인을 위해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을 결합해 24시간 재택근무가 가능한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2017년 9월 국토교통부의 창업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정부예산 220억원을 지원받아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야 하지만 주민 반대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시설계 단계에 머물고 있다. 주민들은 드림촌이 "임대주택이고 외부인이 유입되면 인근 아파트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대로 사업이 무산된다면 인천시는 지원받은 정부예산 220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 "집값 하락 우려" 민원에 멈춘 서울 청년사회주택"
'세입자가 시민이 되는 집'이라는 개념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서울시가 빈집을 구입하고 그 부지를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토지임대부 형태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소득과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기준이 충족되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가 12월에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공급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일부 주민들이 사업 반대 민원을 제기했다. 반대 이유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교육환경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특정 연령이나 소득, 성정체성을 가진 시민의 거주가 자신들의 주거환경을 해친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당사자인 청년들도 지난해 8월과 12월, 지난달 등 수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당시 청년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제기되는 민원에 행정은 방관하거나 동조하고 있다"며 "차별없이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원한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영등포구청역 인근 하이마트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자 인근 한 아파트에서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논란이 됐다.
이 안내문에는 아파트 가격 폭락, 빈민지역 슬럼화로 범죄 및 우범지역 등 이미지 손상, 아동·청소년 문제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 "청년시설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시선·미흡한 행정 개선해야"
높은 집값으로 인한 청년 주거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행복주택, 행복기숙사, 청년주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공급이 계획된 부지마다 인근 주민들은 '외부인이 들어오면 마을 이미지가 훼손된다', '집값 떨어진다' 등의 주장을 들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지원시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님비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주택이 집값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에는 근거없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며 "청년세대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미숙한 행정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지웅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는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분양주택과 청년임대주택의 민원을 처리하는 기준은 다르다"며 "청년이고, 빌려쓰고 있다는 이유로 주거권에 대한 침해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