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합당 논의에 있어서 새보수 측이 '양당 협의체'를 제안한 반면, 한국당은 이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으면서 통합 협상은 중단 상태에 빠졌다. 만약 향후 새보수당이 혁통위에서 빠지게 되면 사실상 한국당과 시민사회단체만 남게 돼 정치 협상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된다.
새보수당 소속 혁통위 대표인 지상욱‧정운천 의원은 17일 회의에 불참했다. 각각 일정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전날 박형준 혁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터라, 요구사항이 불발된 데 따른 불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혁통위는 범(汎)보수 통합을 해 달라는 국민의 여망을 갖고 마련된 자리"라면서 통합 논의가 혁통위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도 일축한 셈이다.
앞서 새보수당은 한국당과의 '양당 협의체'를 제안한 데 대해 박 위원장이 비판하자, "박 위원장이 한국당의 편을 들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었다. 반면 혁통위 구성원들은 '총선 출마 희망자의 위원직 사퇴' 등 새보수당의 요구를 들어줬음에도 통합 논의를 별도로 진행하려 한다며, 새보수당에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새보수당이 요구한 '양당 협의체' 자체에 대해선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양당의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다. 그는 "혁통위는 큰 문제없이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만 했다.
하지만 새보수당은 한국당의 미온적인 협상 태도에 반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4‧15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크게 불쾌해 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우선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의 발언을 했다. 하 대표는 "통합의 법적인 완성을 위한 양당 통합 협의체를 거부하는 것은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황 대표의 답변 여부에 따라 중대결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혁통위를 비롯한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양당 협의체'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 데 대해 "결혼을 하자면서 양가 상견례는 생략하고 일가친척 덕담만 듣자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양자 회동이 상견례에 해당한다면, 통추위는 결혼을 중매하는 일가친척으로 자문기구로서 역할에 한정지은 것이다.
새보수당이 이 같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황 대표의 속내가 '통합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특히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의 내용이 합당 혹은 신당 창당이라면 공관위원장을 상의해서 앉히거나, 통합 이후로 미뤘어야 했다"며 "바로 임명한 것은 창당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고, 그것은 한국당이 새보수당이 통합이 파트너가 아니라 인수‧합병(M&A)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의 3원칙 중 세 번째 원칙(새 집 짓기)가 무엇인가, 신당 창당이다"라며 "3원칙 중 세 번째 원칙을 지킬 마음이 없었다는 것을 황 대표가 자인한 격과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