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며 전세가도 함께 올랐고, 매물도 자취를 감추면서 이사를 할 수 없게 됐다.
김씨는 "저처럼 서울로 들어가지 못하고 수도권에 주저앉는 사람이 많다"며 "남들은 서울 아파트가 몇 억씩 올라 앉아서도 돈을 번다던데 나는 전세도 못 구하는 처지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10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12.16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 모두 전주보다 상승세가 줄어들었다.
매매가는 지난주(0.08%)보다 상승폭이 다소 축소되면서 0.07%를 기록했다. 대출규제와 세제강화 대책 영향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세 시장은 상승폭 변화가 미미한 수준이다. 상승폭이 둔화된 매매가와 달리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12%로 지난주(0.11%)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0.19%→0.15%)도 전세가 상승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남 주요 아파트 중 일부가 전세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상승폭 감소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23일 거래된 전용면적 84.95㎡ 8층 매물이 16억원에 거래 신고를 마쳤다. 지난해 말 15억에 거래되던 데 비해 1억원이 오른 가격이다.
반포동 반포자이 역시 9억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9일 9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는 호가가 11억 8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학군 주변 아파트 인기가 여전한데다 매물이 지금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목동이나 강남, 반포 등의 전세가 변동률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잠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정시 확대 등 교육 특수로 수요자가 몰렸던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A아파트는 4억 후반대에 거래되던 전세 매물이 1억 이상 올라 현재 6억에 호가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목동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언론에서는 집값, 전세가격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현장의 움직임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며 "많이 올라 있는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데다 매물이 없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2015년 '전세 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100을 넘을수록 공급 부족을 뜻하는 전세수급지수는 12월 첫째주 104.6에서 둘째주 105.2, 셋째주 111.8, 마지막주 113.7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강남 4구의 경우 지난달 말 전세수급지수는 121.0으로 2015년 당시 매물 부족으로 전세 대란을 겪었던 때 전세수급지수(120.0)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 이유 중 하나로 정부의 규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9억원 이상 주택 대출제한과 15억 이상 주택 대출 금지 등 대출 규제로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임대 시장에 계속 머무르면서 이로 인한 전세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던 전세가가 2~3년 동안 안정돼 있다가 지난해 말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오름세로 돌아설 확률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학군 수요와 신축이 부족한 지역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국지적 요소가 전세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