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법농단' 등 현 정권에서 굵직한 수사를 담당해 승진했던 인사들이 현 정권에 칼을 대자 곧바로 인사조치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8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32명에 대한 인사를 오는 13일 자로 단행하면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각각 부산고검 차장과 제주지검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법무부가 사실상 현 정권 수사를 담당하는 지휘라인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발표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부장은 전국 반부패·인지 사건을 지휘하는 직을 맡으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과, 서울동부지검이 맡은 '유재수 감찰 중단 사건' 등을 총지휘했다.
현 정권의 치부를 건드렸다는 평가와 함께 한 부장은 이날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는 부산고검의 차장검사로 발령됐다.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몸을 담는 것을 시작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DAS) 뇌물·횡령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을 수사한 뒤 지난해 7월 정기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찬호 부장 역시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한 뒤 지난해 7월 마찬가지로 대검 공공수사부장(검사장)으로 승진해 전국 공안 수사를 지휘했다.
박 부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을 지휘하는 등 현 정권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예상대로 현 정권에 칼을 겨눈 검찰 수사팀에 대한 좌천성 인사 발표가 나오자 검찰 내부에서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법농단 등 정권이 원하는 수사에서 성과를 냈을 땐 곧바로 승진시키더니, 지금은 다시 조국 수사 등으로 반년도 안 돼 인사 조치를 했다"며 인사 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인사는 지난 7월 말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인사가 있은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시행됐다. 검사장급 인사는 통상 1년에 한 번 실시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는 현 정권 수사를 사실상 용인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법무연수원장(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겉으로 봤을 땐 승진 인사지만 전국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비해 실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날 인사로 검찰 수사팀 수뇌부가 사실상 와해하면서, 조만간 있을 일선 검찰청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급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 내부에선 실무를 담당하는 중간간부들마저 물러난다면, 현 정권을 향한 수사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