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만수 8단(바둑 프로 기사)
어제 온 국민이 집중한 이벤트가 하나 있었죠. 지난달 프로 기사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하고 우리나라 토종 바둑 AI죠. 한돌이 대결을 벌인 겁니다. 그런데 어제 첫 대결은 이세돌 9단의 승리였습니다. 그것도 92수만에 불계승. 그러니까 일종의 포기한다, 기권승 같은 건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이세돌 9단은 2016년 구글의 AI죠. 알파고와의 5판 대결에서 1판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 1판도 인류 역사상 유일한 1승입니다. 그전에도 후에도 AI를 이긴 인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싱겁게 이겨서 다들 놀라고 있는 겁니다. 다만 이세돌이 2점을 미리 깔고 두는 접바둑이었습니다. 이게 그게 작용을 한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어제 AI 한돌의 실수는 좀 어이가 없던데. 어제 대국의 해설을 맡았던 김만수 8단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좀 나눠보죠. 김만수 8단, 안녕하세요?
◆ 김만수> 안녕하십니까. 김만수 바둑 프로 8단입니다.
◆ 김만수> 제가 현장 해설을 맡아서 대국 내내 같이 있었죠.
◇ 김현정> 그렇죠. 92수만에 불계승. 허무하게 끝나는 걸 보면서 현장 반응은 어땠습니까?
◆ 김만수> 우선은 4시 반, 5시 예상했는데 너무 일찍 끝나서 좀 황당하다. 보면 일종의 ‘우주의 신비도 모두 풀었다’ 이런 거대한 타이틀을 걸었는데 한돌이 더하기, 빼기를 못한 거예요. 그래서 결과로 보면 약간 황당한 그런 결과가 나와서 당황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더하기 빼기면 이게 초등학교 때 배우는 거잖아요, 1학년, 2학년 때. 그 정도 수준에서 틀린 거예요, 그러면?
◆ 김만수> 그게 오류가 난 거죠. 어쨌든 실수를 많이 한 거죠.
◆ 김만수> 그럼요. 이세돌 9단이 은퇴를 선언하기 전부터 대국을 좀 안 했어요. 한 5-6개월 대국을 안 했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이. 저희 프로 기사 쪽에서는 최소한 4대6은 불리하다. 그런 예상을 굉장히 많이 했고요. 또 한돌의 실력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어느 정도나 하는 선수예요, 그 AI 한돌은?
◆ 김만수> 한국에서 제일 잘 둔다는 또 중국에서 제일 잘 둔다는 프로기사 5명이 붙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모두 다 졌습니다.
◇ 김현정> 5명이 다 졌어요, 한돌한테?
◆ 김만수> 네. 차이가 꽤 많이 벌어졌을 정도로 많이 졌어요. 그래서 한돌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제 있었던 일은 모두에게 당황스러웠던 그런 일이었죠.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일각에서는 한돌이가 일부러 져준 거 아니야? 이런 얘기까지 지금 나올 정도예요.
◆ 김만수> 그건 일종의 괴담인 것 같아요. 그런데 2016년에 알파고가 4국을 이세돌에게 졌습니다. 그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지금 현재 바둑이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결의 최전선에 있어요. 그동안 3~4년 제가 쭉 지켜보니까 지금 한돌의 입장은 중국의 '절예'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 한돌처럼 구글의 알파고처럼 중국에는 '절예'라는 AI가 있어요?
◆ 김만수> 이 프로그램이 제일 앞서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한돌도 절예를 따라잡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마이너스 상황에서도 과연 오류 없이 잘 굴러갈 것인가. 이 경쟁을 지금 세계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 이번처럼 접바둑. 인간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하는. 이제는 맞바둑 말고 접바둑에서도 이기는 것을 지금 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요, AI들이?
◆ 김만수> 그래서 그 경쟁이 한중일이 굉장히 치열하고요. 제가 한돌의 바둑을 보면서 약간 좀 불안하다라는 부분도 있었어요.
◇ 김현정> 어떤 부분이요?
◆ 김만수> 왜냐하면 중국에서 접바둑 개념을 버전 3.0에서 오류가 중국에서도 똑같이 났어요. 그래서 중국에서도 한 3개월 정도 시합을 하다가 6개월 정도를 멈췄어요. 6개월 정도 오류를 잡은 다음에 최근에 다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때 그 절예가 보였던 오류가 이번 한돌한테 지금 나타난 겁니까, 똑같은 패턴으로?
◆ 김만수> 네, 알파고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모든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초기 오류인데 한돌 입장에서는 그 시간을 압축을 하다 보니까 오류를 잡을 시간이 없었다. 어제 한돌의 관계자들도 그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 김현정> 개발자들이 그랬어요?
◆ 김만수> 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추격하는 입장에서 좀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접바둑에 대해서 아직 안정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어제 접바둑을 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일부러 져준 거. 이건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
◆ 김만수> 그럴 리가 없어요.
◆ 김만수> 하지만 저희 바둑 전문가 입장에서는 그 78이라는 숫자가 우연인 건 정말 너무 우연이고요.
◇ 김현정> 진짜 우연이에요?
◆ 김만수> 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우연과 필연이 있잖아요. 지금까지 많은 프로 기사들이 인공지능과 시합을 많이 했는데 다른 프로 기사들은 이세돌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세돌만 그런 거죠.
◆ 김만수> 그렇죠. 그게 제가 보기에 이세돌 9단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그런데요. 보통 한 분야의 고수들은 위험 요소를 다 파악하지 않습니까? 바둑에서도 어떤 위험한 부분들이 있으면 다 일부러 피해요. 즉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 새벽에 안개가 끼면 속도 줄이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위험한 상황에 돌진하지 않는데 이세돌 9단은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라는 판단이 들면 그 안개 속을 뚫어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단점이 뭐냐 하면 경험을 했던 것들은 100% 잘하는데 학습량, 즉 경험해 보지 않았던 것들은 오류가 난다 이거죠. 그래서 이세돌 9단의 독특한 바둑 스타일이 인공지능의 오류를 잡는 일종의 AI 감별사가 된 그런 비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제 중요한 건 오늘 경기입니다. 어제는 접바둑이었어요. 이세돌이 한돌보다 실력이 아래다. 이렇게 가정을 하고 2점 먼저 깔고 시작하는 게 접바둑. 이렇게 설명하면 되는 거죠?
◆ 김만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이겼기 때문에 오늘은 동등하게 맞바둑 합니다. 한돌이 접바둑에 익숙지 않아서 어제는 졌다고 치더라도 오늘은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거잖아요.
◆ 김만수> 그렇죠. 그런데 저희들은 이세돌 9단이 오늘 이겨줬으면 정말 좋긴 하겠는데요. 이길 확률이 너무나 낮아요, 일단은.
◇ 김현정>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 김만수> 아니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3~4년 동안 알파고가 나온 이후로 전 세계 프로 기사들이 모두 도전을 했는데요. 이세돌 9단이 3년 전에 이긴 이후로 호선 바둑에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게 맞바둑이니까, 대등한 조건이니까 버전 2.0으로 둘 가능성이 높은데요. 버전 2.0에서는 이미 오류 부분은 해결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2국을 이기기는 참 힘들 거다. 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또 모르죠.
◇ 김현정> 오류를 다 잡았다라고 보는 거예요, 2.0 버전에서는?
◆ 김만수> 2.0에서는 한돌뿐이 아니라 지금 전 세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들이 2.0버전을 돌파했어요.
◇ 김현정> 2.0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김만수> 네.
◆ 김만수> 둘 다 이겼으면 좋겠네요.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만수>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이세돌 9단과 AI 한돌의 한판을 현장에서 해설하셨던 분입니다. 김만수 8단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