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TV아사히 기자가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에 성희롱을 당했다. 해당 기자는 당시 상황을 녹음했고, 이는 주간지 '슈칸신초(週刊新潮)'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이토 시오리 인턴기자가 TBS 워싱턴지국장 야마구치 노리유키에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을 때, 일본 언론은 침묵했다. 당시 일본에는 '미투(#MeToo)'를 이어갈 '위드유'(#WithYou)가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TV아사히 사건은 다르다. 일본에서 다시금 '미투'와 '위드유'가 일어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는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날 '여성인권과 언론노동자의 역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일본 언론인들은 정치나 사회적 문제 등에 일본 언론이 침묵해 온 사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침묵을 깨는 기자와 발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1년 아사히 신문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김학순 할머니의 육성녹음을 확보해 일본제국의 군대 위안부 실태를 확인해 최초로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이에 올해 제7회 리영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 이후 우에무리 다카시 기자는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날조 기자'라는 비난과 공격이 쏟아졌고, 그의 가족들은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2017년 발생한 TBS 기자의 성폭행도 마찬가지다. 하세가와 아야 기자에 따르면 당시 가해자인 기자는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사람이며, 정권의 힘으로 범죄를 지우려 한다는 의혹까지 일어났다. 하세가와 아야 기자는 "그러나 여기서도 다시 한번 일본의 언론들이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하세가와 기자는 "일본에서는 '위드유'의 힘이 부족했고,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그걸 들을 힘이 부족했다. 일본과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서로 역방향을 향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엄청난 공격과 백래시(Backlash·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가 일어났지만 한국은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게 지금의 차이를 낳았고, 한국 민주주의 근저에는 페미니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신문기자'의 원작자인 도쿄신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는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페미니즘이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토 시오리 씨 사건 이후 여성들이 미투, 위드 유 운동을 벌이면서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자신이 당한 성적 억압, 피해 등을 공유하면서 일본의 억압된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활동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자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 언론인으로서 폭력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기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세가와 아야 기자는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있었던 역사를 없었던 것처럼 하려는 세력들이 힘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없었던 것으로 하려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며 "한국 위안부 운동의 슬로건이지만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팩트를 기억하고 기억에 새기는 건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