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은데다 경영성과도 좋았던 만큼 이번에도 내부에서 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조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27일까지로 김 행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연임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자연스럽게 12월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차기 행장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후보들은 대부분 관료 출신들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임으로 수출입은행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치는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금융위원장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으로 행장이 선임된다. 그만큼 관료들의 입김이 클 뿐만 아니라 관료가 소위 '낙하산'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여기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한 국책은행이긴 하지만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중은행과 같은 업무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책은행과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시중은행 성격도 강한데 상대적으로 금융실무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와서 경영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료 출신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기업은행 노조는 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섰다.
노조는 서한에서 "정치권의 보은코드 임명이나 돌려막기 인사, 각종 단체·학교·지역의 정치적 안배로 배치되는 행장에게 IBK를 이끌 철학이 준비됐겠냐"라며 "자기 장사나 보신주의에 빠질 게 분명하다. 그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리스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내부 출신 행장은 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에도 각종 인사 외압이나 청탁에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내부 출신 행장이 임명되더라도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마련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차기 행장에 대한 하마평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