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희망자 줄 섰다는데…"황교안이 해야 효과"

黃 "단식장 다시 가겠다"…부인, 가족들 완강히 만류
한국당 '단식 복귀' 원하는 시각…3대 조건 충족 안 돼
핵심 관계자 "자원자 있지만 선별할 것"…희화화 우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간의 단식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가운데 농성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을 우려한 가족들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단식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황 대표는 28일 새벽 의식을 되찾았다. 이날 중 "단식장으로 다시 가겠다"는 의사를 부인 최지영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씨와 아들 등은 "그러다 진짜 죽는다"며 황 대표를 만류했다고 한다.

황 대표가 결의를 보이는 이유는 당초 단식에 돌입했던 명분의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안 폐기 ▲선거법 개정 반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반대 등을 내걸었다.

황 대표의 조건 중 지소미아는 우리 정부가 막판 전향적으로 종료 결정을 연기하면서 일부 충족됐다. 하지만 선거법은 이미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고, 공수처법도 내달 3일 부의 예정이다.

일단 부의되면 문희상 국회의장의 결정으로 본회의 회부, 표결 처리가 가능해진다. 황 대표의 단식 돌입 이후 선거법의 경우 일부 협상 기류가 생겨났지만, 공수처법은 아직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고 있고, 이대로라면 본회의 강행 처리 전망이 나온다.

황 대표로선 단식을 통해 얻어낸 뚜렷한 성과가 없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기정 정무수석을 통해 '단식을 풀라' 간접적인 메시지만을 보냈을 뿐 황 대표의 독대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 중이다.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단식이 이어져야 하지만, 몸 상태는 따라주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생겨난 셈이다.

자유한국당 정미경(왼쪽),신보라 최고위원이 28일 오전 청와대 앞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장에서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단식 8일째인 전날 밤 의식을 잃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단식이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내 내부 결집 분위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사람이 먼저라더니 전화 한 통이 없느냐"고 따졌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포함해 측근, 소속 의원들의 '동조 단식' 자원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실제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오는 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의 부의 전후까지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 최고위원은 청와대 앞 단식 현장에서 "새벽 황 대표께서 병원에 가시는 사실을 듣고 집에서 나왔다"며 "내가 황교안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처음 이 단식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 그대로 멈추지 말고 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신 최고위원도 "여전히 우리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 여기를 지켜서 목숨을 건 투쟁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사이 대신해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자원 문의가 잇따랐다. 그러나 자칫 지난 삭발 릴레이처럼 '공천을 원하는 퇴출 대상들이 이벤트로 만회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선뜻 동참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다시 단식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조 단식 참여자를 제한하고 있고, 이들도 황 대표가 단식장으로 돌아오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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