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죠.
◆오수정> 설립자인 아버지와 그 아들까지 2대에 걸쳐 각종 비위가 드러나고 있는 한 장애인 요양 시설 문제를 집중 고발하려고 합니다. 폭행은 물론 전염병에 사람이 죽어가는 와중에 원장이 외유를 떠나기도 했는데, 먼저 이달 열린 서울시의회 행정감사 현장부터 돌아보겠습니다.
[녹취 : 서울시의회 이정인 의원]
"저는 사실 인형 가져다 놓고 그 행동을 해보라고 하려 했었어요. 도대체 머리를 손과 발로 때렸다. 거주인을 손과 발로 때렸다. 그게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발로 어떻게 머리를 한 차례 때리죠? 그거 한 번 해보실 수 있으세요? 그거 거의 살인행위 아니에요?"
◇김현정> 누구 말이에요?
◆오수정> 서울시의회 이정인 의원인데요, 성람재단에서 운영하는 은혜장애인요양원의 문제를 두고 질의하고 질타하기도 하는 내용입니다.
◇김현정> 사실 시의회에서 벌어지는 질의응답은 잘 보도되지 않고 묻히기도 하는데 오수정 기자가 잘 꺼내 왔네요. 그러니까, 성람재단이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은혜장애인요양원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네요?
◇김현정>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문제가 있다?
◆오수정> 폭행 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은혜장애인요양원에는 장애정도가 심한 중증 발달장애인 160명 정도가 생활하는데, 이들을 상대로 한 직원들의 폭행 사례는 끊이지 않습니다. 저희가 어렵사리 시설 내 장애인을 폭행해 벌금형까지 받아 해고된 한 직원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분 얘기를 같이 들어보시죠.
[녹취 : 은혜장애인요양원 전직 직원]
"밥차가 갈 때 생활인이 밥을 훔쳐 먹는 생활인이에요. 밥차가 가니까 제가 걔를 확 잡아당겼어요. 그 전에도 이렇게 식사하는 도중에 장애인 분이 식판을 쳐서 얼굴에 밥알이 튀니까 자기도 모르게 싸대기를 때렸나봐요."
◇김현정> 중증 장애인 분들이 행동을 서툴게 하니까, 몸을 확 잡아채기도 하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는 얘기예요?
◆오수정> 2016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내부 자료를 보면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넘어져 일어나려는 피해자의 머리를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벽에 밀어 폭행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기도 했고요.
◇김현정> 사소한 다툼 수준이 아니네요?
◆오수정> 이러한 폭행 사건은 올해까지도 계속 이어집니다. 저희가 요양원 내부 징계 사례를 입수해 살펴봤는데, 시설 직원이 장애인의 몸을 허리띠로 묶어서 옷장에 고정시켜 놓기도 했고요, 또 중증 장애인의 멱살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발각되기도 했어요.
◇김현정> 내부 징계 사례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그러면 적어도 관리자는 관리도 하고, 징계도 하고 제대로 운영해보려 한 겁니까?
◆오수정> 글쎄요. 관리자와 관련해서는 더 충격적인 사건도 있습니다. 3년 전 이 시설에 전염병이 돌면서 25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그중 2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원장과 간호팀장을 포함한 직원 10명이 일본 대마도로 여행을 떠났어요.
◇김현정> 전염병이 도는 그 난리 와중에?
◆오수정> 당시 상황을, 직원의 말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 은혜요양원 종사자]
"여기서 난리가 났는데 원장님한테 전화하라고, 전화했냐고 이구동성으로 말이 나오니까 '일본인데 전화한들 뭐 하냐' 이런 식으로..."
◇김현정> 시설 이용자가 사망을 한 와중에 원장이 대마도로 놀러간 거예요.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원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오수정>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 은혜장애인요양원장]
"1년에 한 번씩 직원을 대상으로 연수는 아니지만 친목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몇 달 전에 그 여행과 관련된 부분은 계획을 세웠던 부분이 있고요. 개인 연차하고 자부담하고 가야하는 상황이었고..."
◇김현정> 결국 놀러가는 여행이었다는 거잖아요. 집단적으로 환자들 속출하고 전염병 도는 상황이면 일정을 미룰 수 없었던 거예요? 납득이 안 가네요.
◇김현정> 시설 안에 있지만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서요.
◆오수정> 그렇죠. 그런데 요양원 측은 개별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 돈으로, 청약저축 계좌를 가입시켰어요.
◇김현정> 아파트 청약할 때 필요한 청약 통장? 중증 장애인들이라면서요. 그러면 내가 아파트 사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오수정>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 분들까지 80명 정도가 청약 통장에 일괄 가입이 돼있었던 겁니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일부 직원들이 문제를 삼았는데요. 인권위에서 조사를 나오니까 부랴부랴 동의서를 만들고 장애인 분들의 손을 잡아끌어 지장을 찍게 했습니다.
◇김현정> 아니,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고 왜 청약 통장 가입을 시켰대요?
◆오수정> 원장의 설명으로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 은혜장애인요양원 원장]
"워낙 시설폐쇄도 얘기하고 탈시설도 얘기하고 대규모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나 이런 것들로 인해서 자립과 관련된 부분을 분명히 생각한 거고요."
◇김현정> 원장의 말은 자립을 위해서, 탈시설을 위해서 청약에 가입했다? 근데 그렇다 해도 장애인 분들이 기본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당첨이 된다고 해도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데요?
◆오수정> 주택청약에서 장애인 특별공급분은 일반 청약에 비해서 당첨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이를 악용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하는데요. 지난 5월에는 부산에서 무연고 장애인들의 명의로 아파트 분양권을 특별 공급받아서 곧장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긴 장애인시설장이 구속되기도 했고요.
◇김현정> 그런 악용 사례가 분명히 있었군요. 은혜요양원이 어떤 의도에서 청약 통장을 만들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종합해 보면 폭행이 있고, 전염병이 도는 와중에 시설장이 외유를 떠나고, 생활인 분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다뤘다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여기는 크게 문제가 됐던 시설이라 더 조심할 법도 한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대놓고 벌어지는지 모르겠네요.
◆오수정> 기본적으로 시설 자체가 폐쇄된 공간입니다. 중증 장애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다 보니 외부인의 눈에는 가려져 있고요. 문제제기 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해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내부에 인권위로 전해질 수 있는 진정함이 있어서 누군가 여기에 투서를 했는데, 그걸 직원이 마음대로 열어보고 폐기했다는 겁니다. 한 직원의 말입니다.
[녹취 : 은혜요양원 종사자]
"국장님이 열어서 임의 폐기를...(어쨌든 폐기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시고요?) 그거는 모르겠어요."
◇김현정> 가혹한 일을 당해도 어렵사리 진정을 한다 해도 외부로 전달도 안된다는 거잖아요? 그 안에서 문제가 안에서 곪고 있었던 거네요.
[녹취 : 서동운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지역에 외딴 곳에 있는 시설들은 전반적으로 예전부터 일을 하셨던 분인데,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옛날에는 오갈 데 없는 장애인들을 잘 돌봐주고 입혀주면 된다는 생각들이 강했었잖아요. 그런 인식들이 남아있는 거죠."
◇김현정> 과거에야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심층취재팀에서 은혜장애인요양원 외에 다른 장애인시설에 대한 비리도 취재하고 있다고요.
◆오수정> 다른 장애인 시설들의 문제점들도 짚어보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제보도 부탁드리고요. 취재가 되는 대로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김현정> 여기까지 듣죠. 오수정 기자 고생했습니다.